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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5 18:29 수정 : 2010.06.25 18:29

우리나라가 생산한 제품을
소비해준 나라들이 있었기에
풍요한 생활은 가능했습니다
이제 작은 실천을 할 때입니다

한국산 휴대전화가 황사를 일으킨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보고 과장이 심하다고 하시기 전에 제 말씀을 차근차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지난달에 인기를 끌며 방영되었던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원숭이 한 마리를 티셔츠 한 벌과 교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원래는 다 벗고 다녀도 행복했던 원주민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티셔츠를 얻어 입으려고 귀한 원숭이를 사냥하는 모습에 저는 경악을 했습니다. 자본주의 문명에 영향을 받기 전, 거의 모든 소수민족들은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사냥한다”는 규범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규범 덕분에 그들은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규범이, 그깟 티셔츠 하나에 무너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몽골에서도 똑같은 일이 지난 수십년간 벌어졌습니다. 원래 몽골의 유목민들은 한 곳에서 가축에게 풀을 먹이면, 그곳의 풀이 다 죽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함으로써, 그곳의 풀이 다시 자라나도록 만드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목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자본주의 상품의 맛을 본 이후, 그 자본주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축의 수를 늘리고, 그러다 보니 초지를 지속불가능한 방식으로 과다하게 이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문을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를 몽골에 수출한다고 하던데 바로 우리가 열광하는 그 휴대전화를 구매하기 위해 그렇게 가축의 수를 늘려 과도하게 방목을 하고, 그럼으로써 풀의 뿌리까지 다 뜯어먹어 다시는 이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렇게 그 땅이 바로 사막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자, 그러니 한국의 휴대전화가 몽골의 사막화를 가속화시키고, 그것이 한국에 다시 황사를 몰고 온다는 저의 이야기가 100% 거짓말은 아닌 것 같지요?

우리가 초등학교에서부터 열심히 배웠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입니다. 수출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에서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휴대전화가 대표적이지요.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을 소비해준 다른 나라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지금의 풍요로운 생활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가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우리의 제품을 소비한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점점 더 편입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그 나라의 자연을 지속불가능한 방식으로 개발하고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좋을까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면 “그래서 뭘 어쩌라고?” 하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옥스팸이라는 단체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저개발국 지원을 위한 기부행사를 합니다. 자녀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는 대신 그 돈을 후진국에 자녀 이름으로 기부하고, 자녀들에게는 기부금 영수증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영국 국민들은 자기 나라의 경제적 풍요가 후진국의 빈곤과 자연 파괴를 대가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 만큼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재단이 운영하는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에서는 매년 아시아 저개발국의 습지 보호를 위해서 기금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야말로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실천하는 작은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황사와 같은 오늘날의 환경문제가 전지구적으로 연결된 경제체제의 문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들의 행동도 전지구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독자님들도 한번 고민해 보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장용창 경남 람사르환경재단 행정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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