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통곡의 역사 한국전쟁 60년 / 최명진 |
그해 수많은 민간인들이 죽었다. 한반도 남쪽 바로 이 땅에서 국가 공권력이 자국민을 학살한 1950년에 말이다. 전쟁하는 자는 전쟁하느라 죽었다지만 전쟁과 무관한 100만명 민간인들의 죽음들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자식세대의 유족들, 부모·형제를 잃고 모진 세월을 살아왔던 그들 2세 유족들은 지금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전쟁통에 태어난 갓난아이들이 올해로 환갑인데 세월의 무상함이야 여북하겠는가. 자식세대인 2세 유족들은 못다 푼 한을 손자세대인 3세 유족에게 옮기고 있다. 하루아침에 가정을 잃고 길거리를 헤맸고, 어린 시절 부모의 정을 느끼지 못했던 서러웠던 날들의 기억들을 간직한 채로 말이다. 지금 정부가 한국전쟁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들의 안타까운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과화해위원회)가 접수한 총 1만1112건의 사건 중 2010년 6월18일 현재까지 진상 규명이 결정된 사건은 9729건으로 87.6%이다. 전체 100만 유족 중 극소수의 유족들이 진상 규명된 결정문을 받았다. 결국 대부분의 유족들은 미신청자들이다. 아직도 겁에 질려 주저하거나 홍보가 덜 되어 미처 신고하지 못한 유족들이 많다. 이러한 미신청 유족들에 대한 재신고 접수는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유해 발굴과 안치, 진상 규명이 결정된 유족들에 대한 배·보상, 진실과화해위원회를 이은 후속 대책, 과거사 재단 설립 등은 정부의 ‘특별법’에 의해 시행되어야 한다.
이 특별법 제정만이 구정권에 의해 아무런 영문도 없이 죽어야 했던 억울한 백성들의 한을 풀어주는 길이다. 곧 죽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60년 전 이 땅 전국 곳곳에서 죽어간 수많은 백성들을 떠올리면 유족들이 살아온 슬픈 생애가 보인다. 야만의 시대가 만들어 낸 통곡의 역사이다. 유족들의 슬픈 사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100만 유족의 한을 풀어주지 않은 채 어떻게 ‘통합’의 시대를 운위하는가. 더욱이 국가의 ‘품위’를 논할 수 있는가.
청산되지 않는 역사는 언젠가 되풀이된다. 저 깊은 심산유곡에서, 바다에서 땅에서 내지르는 단말마의 피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최명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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