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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4 09:23 수정 : 2010.06.24 09:23

<한겨레>는 6월5일치 사설에서 “집권세력이 천안함 사건을 뒤틀어 억압적 안보정국으로 몰아가는데도 민주당의 대응은 지리멸렬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운가. 한겨레는 조사결과 발표 다음날의 취재 기사와 그 뒤의 시민단체 토론회 및 북한의 반박 기자회견 보도 이외에는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정부의 조사결과를 반박하는 기사를 낸 적이 단 한차례도 없다. 이른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반박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근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한겨레는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한겨레는 섣부르게 “이제 북쪽의 무관함을 주장하기 힘들게 됐다”(5월21일치 사설)거나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북한제로 보이는 어뢰의 일부가 발견된 이상 북쪽은 피고인의 처지가 된 것과 같다”(5월22일치 사설)고 규정했다. 나아가 “이제까지 확보된 증거로 판단할 때 북쪽 소행일 가능성은 70% 정도”(5월24일치 김지석 칼럼)라고 점쳤다. 심지어는 반북 수구적인 신문에나 실릴 법한 중국을 대북 제재에 끌어들이는 방법에 관한 기고를 싣기까지 했다.

반면 평통사가 6월1일치 맨 뒷면에 싣기로 한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의 문제점과 의혹을 제기하는 의견광고는 취소했다. 한겨레는 제주도로 가는 1판이 제작된 뒤인 5월31일 저녁 천안함 주제가 민감하다는 점과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의 문제 제기를 이유로 광고 면수를 맨 뒷면에서 중간 면으로 옮기자고 평통사에 제안했다. 한겨레가 선거법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선관위의 공정성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광고 면수에 따라 선거법 위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이는 한겨레가 천안함 광고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부터 비롯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평통사는 한겨레의 광고지면 조정 요구를 거절했고, 결국 한겨레는 천안함 광고를 빼버렸다.

천안함 문제가 사안이 중대하고 사건의 실체가 불분명하며 남북 당국의 입장이 완전히 달라서 북의 공격 가능성을 쉽사리 배제할 수 없었다면 마찬가지 논리로 이명박 정부의 왜곡·조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도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는 북의 공격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논설이나 외부 기고는 자유롭게 싣는 반면 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취재 기사는 물론이고 외부의 의견 광고조차 싣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한겨레가 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기는커녕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첨예한 전선에서 사실상 이탈한 것이 이명박 정부와 반북 수구세력의 광기에 위축되어 눈치 보기를 한 결과라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가. 우리 국민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공할 만한 반북 이데올로기 공세를 극복하고 이명박 정권을 준엄히 심판한 사실에 근거해서 볼 때 민주당과 함께 한겨레도 천안함 문제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겸허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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