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파주시 하수관 공사는 위험하다 / 황의식

환경오염 줄인다는 이유로
파주 전역 시행되는 하수관 공사
1급 발암물질 석면 포함된
슬레이트 조각이 곳곳에서 발견

지난 4월께부터 우리 동네에 하수관을 묻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집집마다 묻혀 있는 정화조를 폐쇄하고, 하수를 종말처리장으로 보내는 관을 묻는 사업이다. 지난해 봄부터 시작된 이 공사는 파주시 광탄읍 전역에 걸쳐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시행되는 공사가 또다른 환경오염을 부르고 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린 뒤인 5월26일 산보를 하다 보니 비에 씻긴 자리에 허연 가루들과 조각 몇 개가 눈에 띄었다. 슬레이트 조각이었다. 동네 이장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녀보니 우리 집만이 아니라 골목길은 물론 대로변 여기저기에서 슬레이트가 눈에 띄었다. 옆 동네는 어떤가 싶어 이장을 만나보았다. 그 동네도 다르지 않았다.

슬레이트는 1급 발암물질 석면이 포함돼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나는 공사기관인 파주시와 시행사인 포스코에 문제를 제기했다. 자신들이 쓰는 순환골재에서는 슬레이트가 나올 수 없다면서도 그들은 우리 집에 묻은 골재를 퍼내가고 30t의 골재를 새로 들여다 깔아주었다. 성분 분석을 위한 시료를 채취한다며 거기서 파낸 슬레이트 조각을 포함한 골재를 봉투에 퍼넣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하수도 공사에는 ‘순환골재’라는 것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순환골재’는 건물을 철거할 때 나오는 폐기물에서 이물질을 골라내고, 파쇄하여 다시 골재로 쓰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문의했더니 장관이 품질 기준을 고시한다고 했다. 그것을 받아보니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벽돌, 자기류, 타일류 등의 무기 이물질에 대한 관리가 요구되어 1% 이하로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폐암, 각종 호흡기질환을 야기하는 슬레이트 같은 물질은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환경단체에 문의해보니 폐슬레이트는 폐기물관리법에 지정폐기물로 분류되어 전문업체에서 특별히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고 했다. 2009년부터 석면은 제조, 사용, 운반이 완전히 금지된 물질이라고도 했다.

건축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더욱 걱정이었다. 은평 뉴타운이나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 등 대규모 철거 현장에서 들어오는 건설폐기물에 섞여 들어오게 되는 슬레이트는 파쇄되는데 대부분 가루로 부숴지지만 어쩌다가 가로·세로 40㎜ 크기의 거름망을 통과한 것이 쪼가리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석면 조각만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가루마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파주시 하수관거 정비공사의 또다른 부실은 정화조의 뚜껑 부분만 파내가고는 몸체는 그대로 묻었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이나 에프아르피(FRP)로 만들어졌고 지름이 2~3ｍ나 되는 정화조 수천개를 제거하지 않고 땅속에 그대로 묻어놓은 셈이다. 그것을 파내면서도 3개의 슬레이트 조각을 꺼냈다. 시공사 직원은 ‘그렇게 시공하도록 되어 있다’고만 말했다. 이는 파주시와 건설회사의 편의적인 처리일 뿐이다. 가정집에서도 플라스틱은 분리수거한다. 하물며 사업장에서 대량으로 발생되는 대형 플라스틱 통을 그대로 묻는다는 것은 공사비 절감만 생각하고 시민의 건강은 뒷전으로 돌려놓은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740억원을 들여 파주시 전역에 걸쳐 진행되는 이 하수도 공사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내막을 밝히는 일, 감사원의 할 일이 아닐까?

황의식 경기 파주시 광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