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15 21:54
수정 : 2010.06.15 21:54
대법관 수를 증원하고
4개 고등법원 관할구역에
지방대법원을 설립하자
사법제도 개혁의 단초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사법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상고심사부’ 설치 등에 대한 최종안을 발표했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서 기존의 5개 고등법원(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상고심사부’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이다. 총 8개 재판부에는 3인 이상의 경력직 법관(총 25명)이 배치되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한다.
‘상고심사부’ 제도와 관련해서 정부 여당과 대한변호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논란의 핵심은 기존의 대법관 수(14명)의 증원 여부이다. 대법원은 대법관 수의 증원 없이 재판부를 신설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해서 대법관 수를 24명으로 증원하고 그중 3분의 1을 비(非)직업법관으로 충원하는 ‘법관 이원화’의 입장이다. 대한변협은 대법관 수를 최소 50명으로 증원하고 대법원을 전문부로 구성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상고심사부’ 도입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나라당 안의 입법 취지와 상충되며, 전신 격인 ‘상고허가제’는 1981년 도입되었다가 9년 만에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는 위헌 논란으로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도입하려고 했던 ‘재판소원제’(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제도)처럼 현행 3심제를 4심제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 법원행정처는 상고 적격 여부만을 판단한다고 주장하나, 형식적인 측면(구술심문 원칙주의 등)을 감안해볼 때 사실상 3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연방법원과 주법원이 공존하는 이원화된 법원제도를 가지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총 9명의 연방대법관이 있고 대통령 지명 및 상원 인준을 거쳐서 임명된다. 반면 주대법관은 42개주(84%)에서 선출되거나 주지사 지명, 의회 인준, 재신임 투표를 거치는 광의의 ‘미주리 플랜’(Missouri Plan)을 따른다. 총 356명(평균 7명)의 주대법관이 52개의 주대법원에서 근무한다.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는 민·형사로 이원화된 2개의 주대법원을 운영한다.
한나라당의 ‘대법관 수 증원’과 대법원의 ‘재판부 신설’을 하나로 묶는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법관 수를 증원하고 서울을 제외한 4개 고등법원 관할구역에 각 1개씩의 지방대법원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지방대법원 제도의 장점은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업무량의 지방 분산으로 대법원의 정책법원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서울과 지방의 법률 서비스 격차를 줄임으로써 지방 균형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셋째, 비수도권 거주자의 신속하고 편리한 ‘권리구제’에 효과적이다. 넷째,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성공적인 연착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방대법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헌법상 법원은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구분되며 그 조직은 법률로 규정된다. ‘법원조직법’ 제12조의 ‘대법원의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서 5개 도시로 개정하고 기타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준용하면 된다. 이와 더불어 ‘대법관 직선제’ 또는 ‘미주리 플랜’이 도입된다면 국민의 법감정과의 괴리를 줄이는 데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대법관 수 증원과 함께 법원조직의 지방분권화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안준성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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