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일방독주에 제동을 건다
MB에게 죽비를 내리치겠다면
노동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권 심판을 선거 전략으로 삼은 민주노총에도 기쁜 일이다. 그러나 그 결과를 두고 오가는 말들이 벌써부터 불편하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먼저 거슬린다. 선거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첫 일성은 “선거 결과를 다 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였다. 언론들의 지적처럼 반성보다는 오기가 묻어난다.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 이 대목에서 노동자들은 주목해야 한다. 엠비(MB)식 경제 살리기의 핵심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노동유연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말은 ‘일단 딴 놈은 나두고 한 놈만 패’라는 뜻으로도 들린다. 크게 대미지를 입었지만 정신 차리고 노동자 쥐어짜기에 전념하자는 말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참패에 정부·여당이 온통 넋이 빠졌을 3일에도 노동부는 꿋꿋하게 노조활동을 옭아매는 타임오프 매뉴얼을 발표했다. 이런 노동부가 7월부터는 ‘고용노동부’로 이름을 바꾸고 중심을 노동이 아닌 고용에 두겠다는 의미로 약칭을 ‘고용부’로 정했다.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이 경직된 탓에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적반하장식의 주장을 하며 법을 개정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바 있다. 해고나 임금삭감이 자유로워야 고용이 많아진다는 주장은 전쟁을 해야 평화가 지켜진다는 해괴한 안보논리와 다름없는 착각이다. 노동부가 최근 꾸미는 일이 또 있다. 바로 파견노동 확대이다. 파견노동 합법화는 중간착취를 허용하고 사용자가 노동자에 대한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는 착취장려책이다. 이런 정책으로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은 자본의 요구에 부합할 뿐 아니라, 우리 시대의 화두인 고용만 늘리면 무슨 일을 저지르든 결국 국민은 정부를 지지할 것이라는 것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그러니 선거패배의 교훈이랍시고 “경제 살리기 전념”을 운운한다. 엠비식 경제 살리기에 제동을 걸어야만 정권의 일방독주에도 제동이 걸린다. 어쩌면 이것이 본질적 교훈일 수 있음에도 선거 결과를 놓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매우 적다. 선거 이후 엠비는 노동착취에 더 “전념”하겠다고 하고 반엠비는 노동문제를 놓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지방선거로 투쟁의 교두보를 마련하긴 했으나 외로운 싸움을 이어갈 우려도 있다. 특히,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활약에 어부지리를 얻은 민주당이 선거과정이나 선거 직후 보여준 이렇다 할 노동정책은 없다. 강조하는 민주주의도 추상적이다. 민주노총은 민주주의의 핵심은 노동기본권이란 인식 아래 이번 선거에서 반엠비 심판 대열에 함께했지만 민주진보진영의 말들에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강조가 부족하다. 진보의 중심 가치는 노동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경우 재미를 본 야권연대를 지속하고 싶다면 우선 노사문제에 대한 진보적 태도를 갖춰야 한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야권연대에 대한 경계가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민주당이 그동안 노사관계에서만은 결코 진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는 민심의 화두이다. 이를 이명박 정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화두는 노동기본권 확장과 비정규직 축소와 더불어 논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없다. 이 또한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라고 평해야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에 매서운 죽비를 내리치겠다면 적대적 노동정책을 폐기하라 하고, 내각개편을 촉구하려거든 누구보다 먼저 노동부 장관부터 바꿔야 한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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