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6.08 20:26 수정 : 2010.06.08 20:26

비효율적이라 힘이 들고
교원들 자괴감마저 느끼게 해
전면거부 목소리 나올 지경
자체 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요즘 유치원들이 많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유치원 평가 때문에 더욱 힘이 듭니다.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평가받는 것은 괜찮지만, 그 방식이 너무 비효율적이고 유치원을 힘들게 해 개선을 건의하고자 합니다.

유치원 평가는 원칙적으로 교사 처우가 현실화되고 재정 투명성이 제고된 뒤 하는 게 순서입니다. 원래 2008년에 하려던 사안입니다. 당시 사립유치원 교원은 정부 지원이 전무했기 때문에 유치원들은 정부가 공립 교원의 3분의 1 수준만 지원해도 평가를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엄연히 유치원과 정부가 맺은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정부 지원 수준은 2007년 정도밖에 안 되고 지역에 따라 전무한 곳도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도 진행하는 평가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평가에 맞지 않는 유치원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평가기준에 따라 유치원을 운영하려면 일이 너무 많아 현재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원장 교사들이 자주 밤을 새웁니다. 교육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수업, 견학, 행사 등은 할 때마다 정해준 양식대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수업이 뒷전으로 밀리고 과로에 시달리다 이직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더욱이 평가 현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몰상식한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평가위원으로 현장 실사에 나온 교수나 공무원, 공립 유치원 원감들이 보이는 오만한 행태란…. 유치원 교원들을 무슨 죄인 심문하듯이 따지고 힐난하고 훈수하고 ‘지도’합니다.

평가를 받은 원장에 따르면 유도심문 당하고 발가벗기고, 학부모·교사·원장이 이간질되고, 죄인 취급당하고, 너무 기분이 나빴다고 합니다. 왜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이런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유치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여 평가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평가를 전면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치원 평가는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사립 유치원은 매년 장학지도와 재정감사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평가까지 별도로 받을 경우 1년에 세 번 정부 감독을 받는 셈입니다. 지침서가 복잡하고 서류가 너무 많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 건의하고자 합니다. 자체 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유치원이 장학지도 준비하는 것과 같이 정부 기준에 맞춰 자체 평가를 하고 장학지도 때 점검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방식을 바꾸면 평가에 투입하던 평가위원 수당이나 유치원 지원금 등은 정부에서 약속했음에도 주지 않는 담임 교직수당과 처우개선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 숙원이 함께 해결되니 더욱 현명한 길이 아니겠습니까.

한경자 아란유치원 원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