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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04 21:41 수정 : 2010.06.07 14:22

장애인 고용제도뿐 아니라 지방대학 출신자와 인문학과 출신자를 위한 고용제도도 도입돼야 한다.

장애인 고용제도란 ‘일반적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고용상 불리한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넓히기 위하여 일정 수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게 하는 제도’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게 인권, 특히 근로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회에는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약자가 장애인만 있는 것일까? 상위권 대학과 전문학과 출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 사회에는 또다른 약자가 존재한다. 바로 하위권 지방대생과 인문학도들이다. 이들을 위한 고용제도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하위권 대학 또는 지방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현실을 알아보자.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 문화, 인구 등은 자연스레 지방의 사회적 비중을 약화시켰다. 사회에 종속되어 있는 대학도 다를 것이 없어, 이 시대의 인간 판단 기준인 ‘스펙’이라는 수치화된 기준에서 지방대생들은 일단 손해를 보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널리 알려진 예로, 대기업에서 입사원서를 심사할 때, 하위권 대학 혹은 지방대학 출신의 원서는 일단 제쳐둔다는 후문이 있다. 대기업 입사를 원하는 지방·하위권 대학 학생들에게는 기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인문학도의 현실을 알아보자. 지방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필자 역시 인문학도로서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 인문학 전공자가 갈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전과를 하든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든지, 전공과는 무관한 직장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 어떤 길을 가게 되든 전공 공부를 계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무리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어도, 몇 년 후 사회에 나가서 돈을 벌어먹고 살려면 인문학은 당장에 때려치워야 마땅한 학문이다. 필자의 많은 친구들이 이미 전과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택했다. 그리고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막막해할 뿐이다. 아무리 인문학이 좋아서 공부를 한다손 치더라도 졸업하면 취직을 위한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 전문학과 학생들에 비해 4년 정도 뒤처진 삶을 산다고 해고 틀린 말은 아닐 터이다.

혹자는 지방대생, 그리고 인문학도에게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열심히 했으면 이런 상황을 겪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상위권 대학, 전문학과에 진학한다는 것은, 결국 다른 누군가는 하위권 대학 또는 지방대학, 인문학과에 진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다수가 하위권 지방대학에 진학하고, 상당수가 인문학과에 진학하는데, 여기서 현대 사회의 낙인이라고 할 수 있는 ‘출신 대학’, ‘출신 학과’가 생긴다. 그런 낙인은 평생을 지울 수가 없다.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아닌 경력(經歷)적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제안한다.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 고용제도’뿐만 아니라, ‘지방대학 출신자 고용제도’, ‘인문학과 출신자 고용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사회적 약자인 인문학도와 지방대생에게도 인권, 특히 근로권은 필요하다. 청년 실업률이 어떻다느니 하는 언론 보도들도 이런 제도의 도입이 구체화된다면 누그러들 수 있을 것이다. 저 높은 곳에서 언론 보도에 민감해하시며 제도를 만들고 계시는 분들께 읍소하며, 글을 마친다.

박창용 동아대 문예창작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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