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페스트처럼 세계적인 막걸리 축제도 열어보자.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실시한 막걸리 영문애칭 공모에 1위로 선정된 ‘드렁큰 라이스’(Drunken Rice)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직역하면 ‘술취한 쌀’인데, 이 표현이 ‘술취한 동양놈’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막걸리의 고유한 속성을 나타내기보다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전문 번역가들도 이상한 표현이라고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선정 이유로 유명 힙합가수 ‘드렁큰 타이거’와 연계하기도 했다는데, 막걸리는 이미 ‘드렁큰 타이거’보다 훨씬 인지도가 높은 상태다.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많은 국민이 막걸리에 관심을 갖고 세계화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 중국의 바이주(白酒), 일본의 사케가 각각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듯이 막걸리도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세계화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올해 초 일본에 갔을 때, 막걸리의 인기를 목격한 바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한 번의 바람으로 그칠 수 있는 위태로운 막걸리 열풍이기도 했다. 일본 쌀로 빚은 일본 막걸리가 한국산 막걸리와 경쟁하고 있었고, 한국산 막걸리는 유통 문제로 일본인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고급 막걸리를 요구하는데 한국산 막걸리는 대부분 중국 쌀로 만든 것으로 일본산 막걸리보다 싸게 팔리고 있었다. 과거 중국 배추로 만든 김치로 기무치와 경쟁할 때가 생각났다. 막걸리의 명칭은 한글로, 막걸리로 사용되어야 하며, 영문명칭도 차제에 표준을 정해야 한다. Makgeolli(맥걸리)나 Maccori(마코리)로 표기하는 것보다 Markgolly라고 표기하고 읽는 것이 외국인의 발음상 막걸리에 가장 유사하게 들린다고 한다. 막걸리 잔, 용기, 상표의 표준화도 시급하다. 신맛, 단맛, 쓴맛, 향과 도수의 표기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가 취향에 맞는 막걸리를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한다. 맥주처럼 곡류를 발효했으므로 서양인에게는 ‘라이스 와인’보다는 ‘라이스 비어’로 추천하는 게 더 어울린다. 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막걸리를 소개할 때 ‘라이스 넥타’(nectar)라고 하면 마케팅 차원에서 더 낫지 않을까 한다. 일본인들은 막걸리를 음료수와 술의 중간쯤으로 생각하고 즐긴다. 고대 그리스 신들이 마셨던 음료인 넥타처럼 신비감 있고, 건강에 좋은 웰빙 술이란 이미지도 함유하니 말이다. 1970년대 막걸리 소비량인 160만kl에 비해 막걸리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한 작년 막걸리 출고량은 고작 20만㎘이다. 과거 막걸리 전성시대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독일에 6천 종류의 맥주가 마을마다 가문마다 있듯이, 우리도 과거 수만개의 주막에서 만들어 내던 마을 특유의 ‘테루아’ 막걸리를 다시 부활해야 한다. 금수강산 고을마다 조금씩 다른 기후와 토양에서 생산된 쌀과 깊은 샘물로 빚은 다양한 막걸리의 저변을 확보해야 한다. 막걸리에 걸맞은 안주도 개발하고 중소 막걸리 제조업체의 유통을 획기적으로 진작할 수 있는 ‘막걸리 타운’을 주요 도시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한류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을 불러 모아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처럼 세계적인 막걸리 축제를 열어보자. 이제 막 시작된 막걸리의 세계화는 단숨에 이룰 수는 없다. 외국인이 수긍할 수 있는 명칭의 정비부터 시작해 막걸리의 제조, 보관, 유통, 마케팅에 이르는 제반 사항을 서두르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막걸리를 우리가 먼저 아끼고 사랑해야 외국인도 따라온다. 탄탄한 내수 기반을 갖추고서야 세계인의 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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