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직하라고 가르치기 위해 오늘만큼은 우리 모두 장애물경기 선수가 되자. 2008년 6월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배가 다니는 운하가 아니라 용수 확보, 홍수 예방, 하천 정비로 사업 내용을 바꾸고 이름도 4대강 살리기로 바꿨다. 그리고 2년 동안 시민단체와 야당, 대학교수와 종교계의 반대를 무시하며 4대강 바닥을 긁어내고 보를 세우는 공사를 계속했다. 마침내 2010년 5월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의도에 국제무역항을 설치하는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지난 2년 동안의 한강 살리기 사업이 사실은 한강운하 사업이었음을 법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그동안 운하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정직하라고 가르친다. 거짓말을 하면 사랑의 매를 든다. 그런데 아이들이 묻는다.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해도 괜찮냐고, 왜 아이들만 혼내느냐고 항의한다. 그렇다. 부모들이야말로 거짓말쟁이다. 아이들은 거짓말하면 엄하게 혼내면서 정치인들이 거짓말하는 것은 대충 넘어가는 위선자다. 그래서 부모들의 한 표는 반성문이다. 그동안의 거짓말을 사과하고 앞으로는 정직하겠다고 아이들에게 다짐하는 서약서다. 물방울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하천이 만나 강이 되듯이 나의 한 표가 너의 한 표와 만나 시장·군수를 바꾸고, 시·도지사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는 평소의 가르침을 아이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대통령도, 시·도지사도, 시장·군수도 거짓말하면 국민들이 혼내주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투표로 보여주는 것이다. 소중한 한 표는 빈말이 아니다. 한 표 차이로 당선되고 떨어지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가평군 다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군의원 후보는 무소속 후보에게 1표 차이로 떨어졌다. 화천군 가선거구에서는 열린우리당 군의원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1표 차이로 떨어졌다. 2표 차이로 떨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역시 2006년 지방선거 때 전주시 바선거구에서 민주당 시의원 후보는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2표 차이로 떨어졌다. 서울시 동대문을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3표 차이로 떨어졌다. 잘하면 칭찬하고 잘못하면 책임을 묻는 게 선거다. 시간 없음, 번거로움, 귀찮음, 게으름 등 투표소로 가는 길에는 적지 않은 장애물들이 있다. 오늘만큼은 장애물 경기 선수가 되자. 아이들에게 정직하라고 가르치기 위해 투표소로 가는 장애물을 아이와 함께 넘어보자.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혼나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유권자를 속이는 정치인들을 투표로 심판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정직하라고 가르치는 부모의 진정성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기권의 의미를 찬성으로 간주하여 4대강 운하 사업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고 반대여론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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