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중심의 과목 편성이
2009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이다.
국·영·수·사·과만 잘하는 게
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일까.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의 전쟁이다. 1998년 시행된 ‘제7차 교육과정’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2007 개정교육과정’이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교육과정 개선 명목인 ‘2009 개정교육과정’이 당장 내년부터 시작된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대계인데, 한 나라의 교육을 계획하는 교육과정이 2년 만에, 시행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개정되어 시행이 된단다. 지금 학교현장에서는 내년부터 적용될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육과정 편성이 한창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성은 지금 학기별로 11~13개 배우는 과목을 8과목 이내로 줄이는 것이다. 또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교과 시수를 20%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학생들의 수업부담을 줄이도록 하고, 학교별 특성을 살려 학생들의 학력과 인성발달에 노력하란다. 그 결과, 지금 학교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한 번에 들어야 하는 ‘과목 수’는 줄었지만, ‘시간’은 줄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시험(일제고사)에 나오는 국·영·수·사·과 중심으로 과목이 편성된다. 나머지 세 과목을 놓고 음악, 미술, 도덕, 체육, 기술가정, 컴퓨터, 한문 등의 과목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청소년 비행이 문제라면서 인성을 책임지는 도덕과목을 빼고 있고, 교양 있는 삶을 살라면서 음악·미술을 죽이고 있다. 덩치는 커지고 체력은 약해진 청소년들을 탓하면서 체육은 하지 말란다. 결혼해서도 형광등 하나 갈지 못하고, 수도꼭지 하나 교체하지 못하면서 기술·가정은 배우지 말란다. 학교별로 교과 시수를 20% ‘자율적으로’ 조절해서 수업을 해도 된다니까 당장 국·영·수 수업이 늘어났다. 왜? 시험에 나오는 ‘주요과목’이니까. 다른 과목은 아예 ‘비교과’로 불리며 시간이 줄어들었다. 주변에 국·영·수 수업을 전과 비교해서 늘리지 않은 학교가 ‘단 하나도’ 없다. 관리자들은 말한다.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올해부터 학교별 일제고사 시험성적을 공개해야 하고, 내년부터는 학교별 일제고사 성적을 학교평가에 반영해 학교단위로 성과급도 차등지급한다는데 시험에 나오는 과목 위주로 해야 하지 않느냔다.
그래서 결국, 일제고사 시험과목이 아닌 과목 선생님들은 이제 ‘선생님이 될 수 없게 됐다. 그저 학기별로 이 학교 저 학교 찾아다니며 수업하는 ‘메뚜기 강사’가 될 처지다. 이제 비교과 선생님들은 담임도 할 수 없다. 학기별로 수업장사를 해야 하니 어느 학교에서 담임 자리를 주겠는가.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이런 교육이 정말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국·영·수·사·과만 잘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과연 우리의 아름다운 미래일까? 답답하기만 하다. 김경성 충남 서산시 읍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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