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근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팀장
얼마나 아름다운지
야생화 사진가들이 평생
한번 만나보고 싶은 꽃.
광릉요강꽃을 함께 지켜요. 광릉요강꽃을 아십니까? 큰복주머니난, 치마난초라고도 불리는 광릉요강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희귀한 식물 중 하나입니다. 1932년 광릉에서 처음 발견되어 광릉요강꽃이란 이름이 붙은 이 꽃은 덕유산국립공원, 경기도, 강원도에 극히 한정되게 분포하며, 자연생태계의 변화와 불법 채취로 그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야생동식물보호법으로 지정되어 있는 멸종위기종 1급 식물이기도 합니다. 광릉요강꽃은 습기를 좋아하면서도 물 빠짐이 좋고, 반그늘이 지는 비옥한 토양에서 여러 곰팡이와 함께 어우러져 자라지만, 종자 발아와 줄기 유도가 매우 어려운 식물이라 전체 개체 중 20% 정도밖에 꽃을 피우지 못하며 열매를 맺는 개체는 단 3% 정도에 불과합니다.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야생화를 찍는 사진가들이 평생에 한 번 만나보고 싶은 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 광릉요강꽃을 관찰해 보면 뿌리줄기는 옆으로 자라고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며 3월이 되어도 지면 위로 올라온 개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4월 중순이 되면 어느 날엔가 땅에서 연두색 싹이 올라오다 어떤 녀석은 잎이 잘리는 경우도 있고, 어떤 녀석은 30㎝ 정도까지 무럭무럭 자랍니다. 5월 중순이 되면 2개의 큰 잎이 마주나는 것처럼 원줄기를 완전히 둘러싸며 사방으로 퍼지는데, 온몸에 털을 달고 하나의 꽃봉오리가 점점 커져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주머니 같은 꽃은 흰색 바탕에 보라색 반점이 있어 아름답지요. 6월이 되면 꽃은 지고 열매가 열리다가 10월이 되면 치마 같은 잎은 단풍이 들어 시들고 맙니다. 그리고 11월 중순 종자는 완전 성숙되어 매달려 있고 땅 위로 보여 주던 모든 모습은 조용히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난초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광릉요강꽃은 자생식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귀한 식물자원입니다. 현대는 종자전쟁의 시대, 세계 각국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1947년 한 미국인이 북한산 백운대의 나무 종자를 가져가 만든 미스킴라일락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다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로 역수입되고 있습니다. 또 크리스마스트리로 애용되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이지만 종자가 특허등록돼 있어 수입하려면 사용료를 물어야 합니다. 이렇듯 식물자원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우리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생물 주권을 빼앗기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광릉요강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지막 안식처인 국립공원의 서식지를 잘 보존하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이 애정을 가지고 이 꽃들을 지켜주시길 바라고, 앞으로 인공번식이나 자체번식이 잘 되어 일반인도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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