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게이의 인권 문제는 다른 인권과 비교해 사소화된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그들 목소리를 다시 생각해보자. <쌍화점> <왕의 남자> <개인의 취향>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영화와 드라마는 모두 동성애를 다룬다. 동성애가 대중 매체를 통해 정면으로 등장하면서 동성애자들의 인권 문제 또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성 소수자 문제가 사람들에게 외면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언급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나, 이성애자들의 시선에 의해 그들의 이미지가 실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현상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과정에서 동성애자들을 향한 시선은 다분히 판타지적으로 변하거나, 현실과 유리된 경우가 많다. 매체에서 쏟아내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우호적 시선과 달리, 현실의 시선은 아직도 차갑다.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는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 가족과 친구가 아니면…’이라는 조건을 달기 일쑤다.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그들의 문제’로 인지할 뿐 ‘우리의 문제’로 체화하길 거부한다는 걸 보여준다. 성 소수자들은 우리의 인식 이전에 이미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기에 그것은 소수자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제로 확대된다. 필자는 캐나다에 있으면서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Gay Pride Parade)를 본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성 정체성을 벗어나 인간과 인간이 마음을 통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보았다.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면 성 정체성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게이 인권을 다른 인권과 비교하여 사소화한다거나, 호모포비아들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며 특수화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반격들은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향해서도 존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성 소수자의 인권 문제는 단순히 그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약자의 문제와도 결부된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성애만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기준은 성 소수자들의 개인적인 사랑마저 사회를 거스르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작용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당신의 사랑을 비도덕적이며 범죄라고 규정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5월17일은 아이다호 데이(IDAHO-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1년에 한번, 사람들에 의해 투명인간화 되어왔던 그들이 사회의 불합리한 시선을 향해 정면으로 이야기하는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으로 삭제한 1990년 5월17일을 기념하여 매년 5월17일에 행사가 열린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사회 저변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젠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어야 할 때이다. 세상을 살면서 언제나 강자의 입장에만 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성 소수자들에게 향했던 억압의 시선이 우리가 약자의 위치에 있을 때, 언제 우리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정은 서울 노원구 상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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