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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02 20:33 수정 : 2010.05.02 20:33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뒤 샛길 출입은 90%나 늘었다.
온전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샛길은 가지 말아야 할 길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자.”

우리 앞엔 늘 길이 있다. 길은 소통을 위한 것.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가 있었듯이 길은 소통이자 가치 공유의 방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 길을 감으로써 소통이 단절되는 길도 있다. 바로 국립공원의 샛길이다.

지난 3월 설악산에서 등반객 2명이 실종,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눈사태로 매몰된 사고였지만 정규 탐방로를 벗어난 불법 산행이 원인이었다. 이렇게 국립공원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샛길 출입 등 불법 산행으로 인한 것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불법 산행은 야생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생태계 훼손을 가중시키는 결과도 만든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지 3년,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은 크게 늘었다. 기네스북에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록된 북한산국립공원의 경우 한 해 찾는 탐방객은 무려 1000만명. 탐방객 수와 더불어 공원 내 금지행위도 늘었다. 샛길 출입은 입장료가 폐지된 뒤 90% 가까이 늘어 훼손이 심각하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지정 탐방로가 74개(160.26㎞)인 반면, 샛길은 365개(221.8㎞)에 달한다. 지정 탐방로보다 4배나 많은 샛길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거미줄처럼 얽힌 샛길들은 북한산을 605조각으로 파편화시켰다. 동물들은 고립되어 온전하게 살 서식공간을 잃고 말았다.

국가적 생태축인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경우, 종주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산행객들이 가지 말아야 할 미개방 구간을 등반하는 경우가 많아 훼손을 가중시킨다. 특히 미개방 구간도 꼭 거쳐 가야 한다는 완주에 대한 인간의 부질없는 도전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야생 동식물들의 마지막 터전까지 빼앗고 있다.


샛길 문제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역시 어렵게 만든다. 곰들이 다녀야 할 이동로에 샛길이 만들어지고 올가미나 덫이 놓이고 있다. 곰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좁아진 서식환경으로 인한 저들만의 자구책이다.

온전한 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해 자연과 소통하는 길을 걷자. 가지 않음으로써 자연과 소통하게 되는 길, 그것이 샛길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자. 우리의 안전을 위해,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정한 약속을 스스로 깨는 우매함은 범하지 말자.

김종완 국립공원관리공단 운영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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