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5.02 18:39 수정 : 2010.05.02 18:39





“전교조 선생이 5명이나 되네 우리학교 완전히 빨갱이 학교네”
나름 똑똑한 아이들도 그렇게 말하는 세상. 그래, 내가 바꾼다.

4월19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소속 교사를 비롯하여 각종 단체의 소속 교사 명단을 모두 공개했습니다.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사이트가 폭주했다고 하니, 국민의 관심사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도 그 관심은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제 룸메이트가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더니 “우리학교에 전교조 선생이 5명이나 되네”라고 하였고, 다른 친구가 “와, 우리 학교 완전 빨갱이 학교네”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전교조가 빨갱이야?”라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 친구가 “전교조가 빨갱이지, 그게 아니면 뭐야?” 하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럼 우리 아빠도 전교조고, 전교조 지부장도 했는데, 우리 아빠도 빨갱이고 나는 빨갱이 자식이겠네?”라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는 순간 너무나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오송회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했는데, 그 친구 눈에는 그것마저도 영락없이, ‘정부에 맞서 쓸데없는 짓 하다 감옥까지 살다 왔다’고 보였을 것입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전교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나같이 ‘빨갱이다’ ‘무능력하다’와 같이 부정적인 반응이었고, 심지어는 쌍욕도 나왔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묻자, 제대로 이유는 대지 못한 채 그냥 그렇다는 것입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에도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많이 들어 왔고,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었지만, “잘 몰라서 그러겠지” “신문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 없이 모든 내용을 그대로 수용해서 그럴 거야”라는 생각으로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이제는 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희망을 가졌습니다. 사회의식도 보다 성숙하고, 단순히 언론에서 말하는 내용만을 앵무새처럼 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친구들이, 논리도 근거도 없이 무조건 전교조는 나쁘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친구에게 빨갱이 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체적인 자세 없이 그런 생각과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났고, 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바로 이 사회에 화가 났습니다. 독립운동가건, 전교조건, 민주화운동가건, 사회를 발전시키고 억압과 폭력에 맞서 싸운 정의로운 이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지탄받는 반면, 친일파, 독재자, 그리고 그 세력들과 같이 권력에 아첨하고, 사회적 약자와 국민을 억압하면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웠던 이들은 지금 모두 떵떵거리며 사회의 주류로서 살아갑니다.

복받쳐 오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들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나도 살다 보면 너처럼 그렇게 아플 때가 많단다”라고만 말했습니다. 나만이 품고 사는 아픔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아픔을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 아니 세상의 우리와 같은 모든 이가 그 같은 아픔을 품고 살아왔을 것입니다. 유난히 동기부여가 되는 오늘입니다. “내가 바꾼다.”

강현욱 민족사관고등학교 1학년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