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환율 올려야 한국경제가 산다 |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외환위기 때 미국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 교수의 이론대로 환율을 50% 올려 준고정 환율제로 하고 단기 외국자본 규제로 경제를 성공시키고 있음을 정부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정부, 경제연구소들, 한국은행 그리고 언론 등은 지난 6개여월 동안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국민을 안심시켜 왔다. 그러나 1분기 성장률이 2.7%로 추락했다. 그들의 경제 예측이 얼마나 큰 오판이었고 어리석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고도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으니 한국경제가 참으로 불쌍하다.
경제를 원론적으로 보자. 정부 등은 경기회복이 백화점의 매출액이나 신용카드 사용량, 소비자 및 기업의 기대심리, 주가 등의 상승을 들어 소비증가 때문이라 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비수요는 고용에 의한 생필품의 소비인 것이다. 따라서 고용증가 없는 소비증가는 일시적 거품소비일 뿐 경기회복이 아니다.
경제불황의 원인은 소비수요 부족이고 그 증가책은 곧 고용 증가책이다. 고용증가를 위해서는 산업을 살려야 하는데 수출과 내수산업은 모두 개방되어 국내외 시장에서 외국상품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살아남는다. 경쟁력에는 상품품질, 금리·세금·임금·환율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경쟁력은 환율이다. 한 예로 환율이 30% 오르면 수출기업은 매출액이 30% 증가하므로 가격을 30%까지 깎아 팔 수 있고, 수입품은 30% 비싸지므로 국내제품은 경쟁력이 생겨 잘 팔린다. 그러면 고용이 증가되고 따라서 소비와 투자도 늘어난다. 경제는 호황이 될 것이고 국제수지도 호전된다. 반면, 환율이 내리면 이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경제원리다. 그래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벌이는 세계의 경제전쟁은 바로 환율전쟁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중국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위완화 절상에 갖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먼델은 중국 위안화가 절상되면 성장의 문이 닫힐 것이고, 특히 변동환율제는 미국과 몇몇 금융집단들에 이익만 준다는 등 12가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데 우리 환율은 원-달러가 1000원대이고, 원-엔화는 900원대로 2001년 대비 33%, 작년 대비 10% 떨어졌다. 세계 각국 중 최대 폭락이다. 이래서 경제가 무너지고 극심한 고용난과 불황을 겪는 것인데, 지금까지 정부·국회·경제인단체 등은 ‘환율을 올려야 경제가 산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니 이 나라에 과연 경제학이 있는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상반기에 10조원의 기금과 100조원의 재정 조기집행을 통해 40만명의 고용창출로 하반기에는 내수와 투자 부진을 회복시킬 것이라 했다. 그러나 공공건설투자 등은 그 기간이 길고 고용증가도 일시적이어서 재정적자만 커질 뿐 불황을 극복하지 못한다. 또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경제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식 장기불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 국제수지 흑자국이며 경제·기술 강국인 일본의 장기불황도 제1, 2차 엔강세 때문이었다. 내수증가를 위해 공공투자에 100조엔을 쏟아부었지만 재정적자만 커질 뿐 경기부양에 실패하고, 엔약세로 가려고 외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7년 우리의 외환위기도 86년부터 10년 동안 700~800원대의 저환율을 유지하다가 무역적자와 외채가 급증했고, 더구나 환율상승을 막으려고 외화 보유고를 탕진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 심상정·임태희·이혜훈·이종구 의원 등은 아이엠에프 사태를 잊었는지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평형자금이 50조원이나 되고 통화채 발행 등으로 손실이 크다며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을 강력히 질타했다. 그 이후 환율하락이 시작된 것이다. 한은조차 시장 불개입을 언급하여 환율하락을 촉발시켰다. 일본의 환율 방어자금은 우리보다 26배가 많은 140조엔(1조3천억달러)이다. 경제의 생사가 달린 환율인데, 외평채 규모나 이자 손실이 문제인가. 한심한 정부·국회·중앙은행이다.
우리 환율과 증시는 국내, 외국인 증권 투기자본이 좌우하며 그들의 밥이 되었다. 환율이 하락하면 그들은 주식과 환차에서 동시에 횡재한다. 지난해까지 7년 동안 1322억달러를,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10일까지 약40조원(400억달러)의 천문학적 폭리를 취했다. 이러고도 우리 경제가 파탄되지 않고 온전할 것인가. 미국 등 모든 나라가 20~30%의 주식양도 차익세를 물리는데, 우리나라는 세금도 한 푼 안 내는 조세천국이다. 미국식 카지노 자본주의로 외국 투기꾼들 배만 불리고 경제를 망치고 있다. 한국경제의 운명은 환율과 외국인 증권자금에 달렸다. 환율은 적어도 중국·일본 제품과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외환위기 때 미국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 교수의 이론대로 환율을 50% 올려 준고정 환율제로 하고 단기 외국자본 규제로 경제를 성공시키고 있음을 정부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채규대/경제노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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