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난동 부리는 승객
112에 신고한 지 30분 동안
“기차가 어디에 있느냐”고만 묻다
직접 데리고 내려야 한다니… 인천에 살고 있어 출퇴근 때 경인선 국철을 매일 이용한다. 퇴근 때 혹은 밤늦은 시간에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종종 보게 되는데, 지난 19일 밤 9시께 종로3가역에서 승차한 어느 남자 승객이 경로석에 앉아서는 주변의 여자 승객들에게 ‘쌍×들’과 같은 욕설을 해대고, 남자 승객들에게는 ‘내가 여기 앉아서 아니꼽냐?’는 식의 말을 하며 시비를 걸더니 급기야 객차 안이 떠나갈 듯이 혼자 흥분해서 소리지르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자리를 피했다. 이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어느 젊은 남자를 가리켜 온갖 욕설을 다시 하더니 마치 무슨 일을 벌일 듯이 펄쩍펄쩍 뛰고 위협까지 했다. ‘이러다가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기겠다’ 싶어 객차 안에 신고 전화번호가 있나 찾았으나 보이질 않아 112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했다. ‘곧 경찰을 보내겠다’는 답이 왔다. 이때가 밤 9시11분이었다. 9시20분이 되어서야 ‘서울역이다’라며 ‘지금 열차가 어디를 지나고 있느냐? 몇번 객차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아니, 9시11분에 112에 신고전화할 때 인천행 1351호 객차라는 걸 이야기했는데요’라고 했더니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알았다’며 어디를 지나는지 물었다. 그때도 열차는 계속해서 인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시 9시22분이 되어 ‘신고하셨죠? 열차가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 전화가 와서 ‘××역을 지나고 있다’라고 하니 ‘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시 9시30분, 9시37분, 9시39분에 전화 온 뒤 9시42분에 전화한 경찰관은 ‘지금 오류역에 왔는데 아직도 그 사람이 시끄럽게 하느냐?’며 ‘객차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신고하신 분이 데리고 하차시켜서 역에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저렇게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데 어떻게 끌고 내리느냐?’고 반문하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밤 9시11분 첫 신고 후 31분이 지난 9시42분이 되도록 제대로 된 조처가 아무것도 없었던 그날 밤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경찰이나 철도공안에는 난동 혹은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인물들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전혀 없는 듯했다. 대구지하철 화재 등의 사건 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많은 대책과 약속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전히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걸 보니 제2, 제3의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속수무책일 것 같다. 관계당국과 철도공사의 각성과 신속한 대응체계 마련을 촉구한다. 불안에 떠느라 지하철, 국철을 이용하기가 어렵지 않도록 말이다. 오흥녕 인천 남동구 논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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