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루가 밀가루보다 훨씬 좋고
밀가루가 고추장에 들어가면
큰일이라도 날 듯 묘사하는데
정말 밀이 쌀보다 열등할까? 최근, 밀가루가 아닌 쌀이 들어간 고추장을 고르라는 광고가 전파를 타고 있다. 쌀가루가 밀가루보다 훨씬 더 좋고 밀가루가 고추장에 들어가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묘사하지만, 정작 왜 쌀이 들어간 제품을 골라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밀은 현재 세계 전체 곡류 생산량 중의 약 30%를 차지하며 세계 43개국 10억 인구의 주식으로 이용되는 곡물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은 연간 수요량이 약 437만t이며, 밀은 200만t 이상이 소비되고 있다. 밀도 제2의 국민 식량이라 할 만큼 우리 식생활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밀은 기원전 1000~1500년께부터 재배됐으며, 국내에도 중국을 통해 기원전 100~200년 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오랜 시간 동안 인류와 함께해 온 곡물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으로 섭취하는 식품을 문제가 있거나 먹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은 국민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밀과 쌀은 근본적으로 다른 곡물이다. 둘 다 대부분 전분으로 이뤄졌다는 것에서는 비슷하나 그 활용도나 가공성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유사한 특성이 있기에 어느 정도까지는 보완재가 될 수는 있어도 쌀과 밀은 대체재가 될 수 없다. 쌀은 쌀대로, 밀은 밀대로 장점이 있다. 각기 사용했을 때에 부각될 수 있는 음식이나 가공식품이 있다. 혹자는 밀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나지 않고 수입해 오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한다. 선진국의 1등급 밀만 수입해서 만드는 국내 가공 밀가루는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수입하는 밀은 선진국 자국민이 주식으로 소비하는 밀과 동일한 밀이며 수송과정에서도 이중삼중의 안전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밀가루는 그대로 섭취한다기보다는 열량이 높은 설탕이나 버터와 함께 만드는 음식이 많아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으로 비쳐 왔던 것은 사실이다. 밀의 영양은 다른 곡물과 비교해도 우수한 편이다. 자체 성분이 열등하다기보다는 무엇과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국내 의료진에 의해서 밀가루에 치매나 심장병 등 심혈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성분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쌀은 아무래도 밀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밀가루를 모두 쌀로 대체한다면 소비자가의 부담도 상승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나 원료가 왜 더 좋은지 알 권리가 있다. 본인의 선호도나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 무조건 쌀이 좋으니까 혹은 밀이 나쁘니까가 아닌 각 사람의 환경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권을 높여줄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박정섭 한국제분공업협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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