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씨 자퇴 선언에 가슴 답답
이 절망의 고리를 누가 끊을까
후배에게 절망 물려주기 싫다면
과감히 출마하여 목소리 높이자 2007년 우석훈 박사의 ‘88만원 세대’는 20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좋은 직장에 취직해도 우리들은 88만원의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는 우 박사의 냉철한 지적은 이십대를 슬프게 했다. 그 슬픔은 3년이 흐른 오늘에도 전혀 걷히지 않았다. 슬픔은 남아 있을 뿐 아니라 그 눈물이 피눈물이 되어 우리들 발목을 차갑게 감싸고 있다. 3년 전 취업 적령기였던 우리들은 이제 30대가 되었다. 누군가는 결혼을 했고, 누군가는 연구자가 되고, 누군가는 직장에 취직해 삶에 충실하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었던 고민은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넘겨졌다. 지난달 김예슬 고려대생의 자발적 자퇴 선언은 가슴에 답답함을 느꼈던 3년 전 나를 깨우치게 했다. 스물여덟에 군에 입대해서 40개월간 복무하면서 잊었던 그 가슴 먹먹한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절망적인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온몸을 저미어 왔다. 절망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 그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갖고, 사람을 모으고, 강력한 힘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만, 그리고 그 힘을 우리 세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고스란히 사용해야만 고리가 느슨해질 것이다. 그런 의지를 누구에게 기대할 수 있을까? 경쟁으로 자신을 몰아넣지 않고, 연대를 갈망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 과업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88만원 1세대인 우리들이 그 일을 해야만 한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의 삶을 희생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돈의 힘에 의지하고, 통치수단으로 강한 힘만 줄기차게 사용하는 현 정권에 ‘88만원 세대’가 살아 있다 말할 절호의 기회다. 이번 선거에 나는 출마를 결심했다. 서울시 구의원으로 출마를 결정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전략으로 구의원에 당선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오늘을 사는 88만원 세대의 일원으로서 이 강한 절망의 고리를 우리 후배들에게 넘겨주기 싫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 한 사람이 출마한다고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사람이 두 사람, 두 사람이 네 사람, 네 사람이 여덟 사람으로 늘어난다면 자본주의의 아성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88만원 세대여 함께하자. 함께 출마하자. 전국의 지방의회에서 20대의 자리, 30대의 목소리를 만들자. 그래서 우리의 후배들이 ‘대학학원’에서 스펙을 쌓기 위해 삶의 행복을 도륙당하지 않도록 우리가 행동하자. 그 행동은 오늘 성공하기는 힘들겠지만 행동이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미래는 조금씩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나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무식하게 출마할거다. 이 무식함에 동의할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이 무식함에 손을 들어줄 동료를 만나고 싶다. 이 무식함은 희망의 메시지라고 미소 지으며 손잡아 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지금의 무식함이 진정한 용기로 다시 정의되도록 무식한 친구들의 무모한 출마를 기대해본다. 안지훈 서울 성동구 행당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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