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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4 20:23 수정 : 2010.04.14 20:23





천안함 사고 근거없는 기사 양산
비극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 취해
사회적 책임은 기자 인생에도 해당
노년에 죄책감에 시달릴지도

기자도 인생을 딱 한번 살아가는 사람이다. 결국 인생의 끝자락에서 ‘나는 올바른 삶을 살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보통 사람이다.

2007년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등장인물 ‘벨’은 2차대전에 참전했다.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 전우들을 지키려 독일군 몇 명을 죽이기는 했지만 결국 밤을 틈타 혼자서 도망친다. 이 사건으로 벨은 거짓된 훈장을 받는다. 이 훈장을 담보로 보안관이란 직업을 얻어 살아가던 벨은 이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노년에 가서 보안관을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범죄자의 총을 남몰래 주워서 상점에 팔아버린 아이를 바라보며 이런 말을 한다. ‘네가 무심코 한 일이 평생 동안 네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모르는구나.’ 그리고 덧붙인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하물며 이 세상의 진실을 파헤치고 부패한 권력과 맞서 싸워야 하는 기자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부패한 권력의 편에 섰다고 하자. 그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자신에게 한마디의 위로라도 할 수 있을까?

천안함 사고가 난 후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해, 정치색을 가진 언론사가 은연중에 여론을 기만하는 루머를 퍼뜨렸다. 예를 들어 ‘북한의 인간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했다’거나 ‘북한이 스텔스를 개발해서 천안함을 공격했다’라는 낚시성 제목을 가진 근거 없는 기사를 올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사욕과 정치적인 이득을 취했다.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조심히 다루어야 할 비극적인 사건을 사욕과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기회로 여기고 기사를 남발한 것이다.

기자란 직업은 많은 특권을 쥐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크다. 그리고 그 책임은 사회에 한정되지 않고 자신의 인생과도 직결된다. 그만큼 치열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유혹에 걸려 넘어간 기자는 결국 노년에 죄책감에 시달리며 이런 말을 하게 될지 모른다. ‘기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이건욱 서울 동대문구 휘경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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