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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1 20:44 수정 : 2010.04.11 20:44





실종 원인 밝혀지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죽게 된다는
막연한 공포가 가슴 짓누른다
장병 선상 생활 어렵게 할 것

지난 3월26일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해 해군 46명이 실종되었다. 지금껏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을 뿐 실체적 진실이 어떠한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물론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면 추후 관계당국이 규명한 사고 원인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이 지속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겠지만 여기서는 죽음학이란 측면에서 병사들이나 일반 국민들이 겪게 될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근대 이전의 죽음은 전적으로 종교라는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영역이었다. 누가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는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단지 하늘의 뜻이었고 신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과학적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누가, 왜, 어떻게 죽었는지는 반드시 과학적으로 규명되어야 하는 영역이 되었다. 죽음이 주는 공포와 두려움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즉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주는 공포와 어우러져 배가된다. 특히나 규명되지 않은 죽음 현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에 처한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이나 스트레스는 더욱더 커진다.

이번 천안함의 침몰 원인, 즉 46명 병사들의 실종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해군 장병들이 초계함의 선실을 종종 휴식과 수면의 공간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게 될 수도 있다. 죽음 원인이 밝혀져 장병들이 알아야 상시적 경계태세를 강화하든 아니면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강화하든 스스로의 마음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죽게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병사들의 가슴을 짓누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위축감은 병사들 개개인의 선상 생활을 어렵게 함은 물론 군 전체로 볼 때 엄청난 전투력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생매장 공포증(taphephobia)이나 폐쇄공포증은 특수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보편적 증후군이다. 밝혀지지 않은 죽음 원인이 사람들이 가지는 이러한 공포증을 자극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군은 이번 사고로 많은 전우들을 잃은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게 심리치료 등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군대라는 특수성이 이들이 개별적으로 느끼는 공포와 슬픔을 획일화하거나 억압한다면 이들의 죽음 경험은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죄책감이나 우울증 등 정신외상후증후군을 겪게 할 수도 있다.


강동구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의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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