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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7 22:20 수정 : 2010.04.07 22:20





천안함 침몰 원인 둘러싸고
어뢰→북한→보복공격으로
근거없는 논리 비약
예단의 결과는 남북관계 부메랑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두고 말들이 많다. 내부폭발, 암초, 피로파괴, 기뢰, 어뢰 등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언급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것은 “어뢰 가능성이 실제적”이라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말이다.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그야말로 ‘실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앞에 해 놓은 발언의 수위를 낮추려 했지만 ‘어뢰’ 발언의 무게는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 “예단하지 말라”고 청와대가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일각에서, 또 보수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예단과 그 예단을 근거로 한 주장들은 비 온 뒤 대나무 순처럼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그 대부분은 “내 그럴 줄 알았어, 북한은 원래 그렇다니까”라는 식의 부정적 대북인식을 인식체계 깊숙한 곳에 가지고 있는 부류일 것이다. 어느새 그들의 예단은 정도가 심해져 북한에 대한 보복공격을 운운하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나 사회적인 문제도 그렇겠지만 특히 외교·안보에 관한 한 정책담당자의 인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어느 방향으로 관찰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북한과 관련한 사안은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 우리는 멀지 않은 과거에서 실증적 사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김영삼 정부는 북한이 곧 무너질 것으로 보았다. 이른바 ‘북한 붕괴론’이었다. 논리적 정치성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북한의 수령제 사회주의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악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권의 핵심세력들이 이를 믿었다.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6개월 내지 2년 안에 망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이는 섣부른 예단이다. 그러한 예단의 결과는 북한에 대한 강경책이었고, 이는 북-미협상에서의 소외와 심한 남북관계 경색을 낳았다.

더 가깝게는 지난 부시 행정부가 예단의 위험을 웅변적으로 설명해준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피그미’로 칭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거부하도록 했다. 북미관계 악화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2006년 말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통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어떤 결실을 얻기엔 너무 늦은 것이었다. 임기 말 서둘러 북한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양국 사이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설익은 예단은 그 자체가 이토록 위험한 것인데, 최근에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북한의 공격으로 보면서 전시작전권 환수와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들도 버젓이 주요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북한의 공격이라는 전제가 성립하기에는 많은 조사와 그에 따른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훌쩍 뛰어넘어 그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 안 했다고 말하는 것도 예단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서 없이 북한을 결부시키는 것은 가뜩이나 냉기 어린 남북관계를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기다려도 늦지 않는다. 선체를 인양하고 이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끝낸 다음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때 대응책을 논해야 한다. 조사 결과 북한이 무관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북한이 했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뭐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말고” 하면 되는 것인가? 그동안에 남북 사이를 더 깊이 파고든 쐐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안문석 한서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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