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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4 20:59 수정 : 2010.04.04 20:59

성균관대 강사님들의 강사료 자진삭감 제안에 부쳐





강사님들 제안에 참스승 면모
하지만 강사료 삭감 명분만 줄 우려
학교 적립금 쌓아놓고 펀드 투자
학생·강사 함께 이윤논리 저항해야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

얼마 전 전국의 수많은 대학생들의 공감을 얻은 고려대 학생 김예슬씨 대자보의 첫 구절이다. 청년실업과 무한경쟁뿐만 아니라 높은 등록금 또한 대학생들을 짓누르는 요소의 하나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반값 등록금 사기’나 치고 취업 후 상환제를 누더기로 만든 이명박 대통령은 “등록금이 너무 낮으면 질이 떨어진다”며 높은 등록금을 정당화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다니는 성균관대의 비정규직교수노조 임성윤 분회장님이 등록금 인하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신들의 강의료 자진삭감을 제안한 <한겨레> 기고글(3월28일치)은 정말로 마음 따뜻해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제자들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까지 희생하려는 모습에서 참다운 스승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는 올해 학부생의 등록금 동결을 발표해놓고 대학원 등록금은 5%나 인상하는 조삼모사식 행태를 보인 학교와 너무나도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런 강사님들의 마음은 정말 고맙게 받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학교가 등록금은 인하하지 않으면서 강사료만 삭감하는 명분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의 진정한 원인은 대학이 기업화하면서 이윤논리가 대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타 대학과의 경쟁에서 이기려고 앞다퉈 적립금을 쌓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대학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 10년간 성균관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71.3%에 이르고, 이월적립금의 규모는 무려 285.5%나 증가했다. 학교 당국은 이렇게 쌓은 적립금 중 약 60억원을 삼성증권의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음을 올해 등록금 협상 과정에서 시인했다. 성균관대 강사료 총액이 약 57억원이므로 펀드에 투자했다는 60억원만으로도 강사료를 2배 인상하고 남는다.

학교가 적립금을 쌓고 펀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학 강사들과 수많은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임성윤 분회장님이 밝히셨듯 성균관대 강사들의 급여는 월 100만원에 불과하고 그나마 방학에는 받지도 못해 정작 그들의 수입으로는 자신의 아이들을 한국에서 대학에 보낼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수강 인원 170명짜리 전공 심화 과목이 존재하는 열악한 교육 여건도 계속되고 있다.


학교는 매년 등록금 협상에서 등록금이 인상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강사료를 거론했다고 한다. 이는 등록금 인상의 진정한 원인을 떠넘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마치 학생과 시간강사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듯이 보이게 만들려는 시도다. 최근 영국의 한 대학에서는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강사들의 파업에 학생들이 동참하면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미국에서도 얼마 전 등록금 인상에 반대해 32개 주 10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시위에 나서자 강사와 교직원들도 대거 합류해 주 정부를 압박했다. 우리도 학생과 강사, 학내 노동자들이 함께 등록금을 낮추는 동시에 강사료와 임금을 대폭 올리라고 요구하며 학교의 이윤논리에 저항해야 한다.

임준형 성균관대 경제학과 05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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