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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04 20:58 수정 : 2010.04.04 20:58





누가 교재 더 많이 외웠나 경쟁
학교 수업 집중도도 떨어지게 해
사교육 줄여보잔 취지 이해하지만
섣부른 대책은 부담 더 늘리는 꼴

고3인 내 동생은 요즘 <교육방송>(EBS)에 나온 교재를 풀고 강의를 듣느라 바쁘다. 서점에 가면 두 손으로 들기 힘들 정도로 교육방송 교재를 잔뜩 사오고 집에서는 하루 종일 인터넷 강의를 듣느라 정신이 없다. 교육방송 수능 교재와 강의에서 수능 문제를 70% 이상 출제하겠다는 교과부 방침이 발표된 이후 전국의 거의 모든 고3 학생들도 내 동생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고등학생 시절에 교육방송의 도움을 많이 받은 편이었다. 학원을 다니고 과외도 받아보았지만 성적은 더 떨어지고 효과가 없어 대신 교육방송 강의와 교재에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공부하여 성적을 올렸고 학원비 걱정 없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렇게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방송이 아닌 부담이 되는 교육방송이 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먼저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강의와 교재들이 너무 많다. 현재 교육방송에서 발간되는 교재는 수능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고3 수험서, 그리고 그중 선택과목만 치더라도 50권 이상이다. 교육방송의 인터넷 강의 또한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 만약 교과부 말대로 위 교재와 강의가 실질 반영률 70% 수준으로 수능에 직접적으로 관계된다면 학생들이 정말 그 교과목을 자기 힘으로 공부하고 이해할 시간은 어디 있겠는가? 그 시간에 단순히 문제집의 문제 유형을 달달 외우고 인터넷 강의에만 매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현재 교육과정의 목표마저 잃게 한다. 7차 교육과정은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개인이 각 과목의 본질을 이해하여 공부하는 게 주된 목표인데 교육방송 70% 출제는 ‘누가 교재를 더 많이 외웠나’ 경쟁을 부추겨 그 의미를 상실하게 할 것이다.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학생들의 학교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다. 현재 고3 수업은 표면적으로는 정상 학교 교육과정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수능대비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위 방침이 실행된다면 정상 수업을 하는 대신 교육방송 강의를 듣거나 해설하는 수업을 하게 되어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더욱이 이 정책은 현재 정부의 목표인 사교육비 감소의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 현재 사교육 강의 내용에서 수능이 출제되어 많은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교육방송에서 문제를 많이 낸다’는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왜 학생들이 교육방송을 이용하지 않는지, 굳이 학원에 많은 돈을 써야 하는지 그 이유를 파악하고 대책을 먼저 세웠어야 한다. 또 교과부 말대로 교육방송에서만 문제를 낸다고 해도 곧 고난도 문제 해설이나 교육방송 강의에서 다 다루지 못한 부분을 위한 사교육이 등장할 것이다. 실제 교과부의 방침이 발표된 직후 대형 사교육 회사의 주가가 떨어졌다가 금세 다시 회복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현행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 아래에서는 이것이 사교육비 감소의 장기적이고 진정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차라리 교육방송 교재 문제의 질이나 강의의 수준, 기타 학습 관련 서비스를 학원이나 사설 인터넷 강의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교육방송의 활용률을 높임으로써 수험생들이 돈을 적게 들여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교육비 감소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여보자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경솔하게 입시 정책을 내놓았다가 안 그래도 무거운 학생들의 입시 부담에 한 짐 더 올려놓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송이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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