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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31 20:36 수정 : 2010.03.31 20:36





도시 편익권·도시 행정 참여권 등
전세계 도시 헌장 채택 확산
한국은 광장 봉쇄·철거 등 뒷걸음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 해비타트(UN-HABITAT)가 주관하는 세계도시포럼이 3월22일부터 26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지금 같은 도시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곧 인류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도시의 문제는 인류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2002년 처음 열려 다섯 번째를 맞이한 올해 세계도시포럼의 주제는 ‘도시에 대한 권리’였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프랑스를 휩쓴 68운동 와중에, 철학자이자 도시학자였던 앙리 르페브르는 도시에 사는 주민 누구나 도시가 제공하는 편익을 누릴 권리, 도시 정치와 행정에 참여할 권리, 자신들이 원하는 도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도시에 대한 권리>라는 제목의 얇은 책을 출간했다. 여기에 공감한 많은 이들이 “도시를 바꿔라, 인생을 바꿔라”라는 구호를 앞세워 특정 소수가 아닌 주민 전체를 위한 도시를 만들자는 행동에 적극 참여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로 확산된 이런 도시에 대한 권리 확보 운동의 결과, 도시 일상생활의 다양한 요구들이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할 개인적 사안이 아니라 주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도시에 대한 권리 주장의 기본 전제는 도시를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집합적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재산이나 토지소유 유무와 관계없이, 또 나이, 성별, 계층, 인종, 국적, 종교의 차이에 따른 차별이나 배제 없이 도시 거주자라면 누구나 도시라는 인간의 집단 작품을 함께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 대한 권리에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 요구인 식수, 먹거리, 위생에 대한 권리는 물론, 적절한 주거, 대중교통, 안전, 의료, 복지, 교육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포함한다. 또한 도시에 대한 권리에는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 행정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 광장이나 거리 같은 도시의 공공공간에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 그곳에서 자기의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권리도 당연히 도시에 대한 권리에 속한다.

지금 개별 도시 차원, 국가 차원,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도시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그 내용을 확장 심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몬트리올이나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들은 도시에 대한 권리를 담은 도시 차원의 조례나 헌장을 제정했으며, 브라질 같은 나라들은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나 유엔 해비타트는 관련 정책이나 프로그램 보급 사업에 착수했다. 이번에 브라질에서 열렸던 세계도시포럼도 이러한 세계적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처럼 세계적 추세는 도시에 대한 권리가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보편적 권리로 자리잡아가는 데 비해, 최근 우리의 상황은 오히려 퇴보와 역행을 거듭하고 있다. 도시에서 생존권을 요구하는 주민들을 무참하게 짓밟은 용산 참사, 도심의 광장과 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 봉쇄 등, 너무나 기본적인 도시에 대한 권리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도시에서는 철저히 유린되고 있다.

이제 얼마 후 지방선거가 열린다.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선거날 투표할 수 있는 권리 외에는 도시의 사안에 참여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권리 행사 통로가 봉쇄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마지막 남은 권리인 투표권은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어느 후보가 과연 빼앗긴 도시에 대한 일상적 권리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줄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강현수 중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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