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가중 콘돔사용 최하위
대학내 자판기 설치하고
청소년도 인터넷서 접근하게
‘노콘돔 노섹스’ 캠페인 제안한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한국 여성의 마음은 갑갑했다. 여성 취업률도 최악인데 낙태 비용이 열배까지 치솟아 중국 원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니. 영화 <더 월>에서 낙태 반대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 비위생적인 시술을 받은 후 죽음의 고통에 신음하던 데미 무어의 이야기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반대에 한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오래된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결정권’ 논쟁의 재연이다. 하지만 낙태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으로는 소모적인 논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낙태천국과 고아수출 대국이라는 오명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콘돔 사용률이 최하위 수준인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는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의 낙태 논의는 ‘낙태 금지 대 인정’이 화두가 되어야 한다. 만연한 낙태에 분노해 대학 내 콘돔자판기를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여성단체에 ‘노콘돔 노섹스 캠페인’을 제안해 자원봉사로 참여한 필자도 낙태 인정의 견해다. 낙태에 반대하지만 형식적인 성교육과 열악한 미혼모 복지, 미혼부는 없는 불평등한 문화 등 여러 실정을 고려할 때 낙태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참 신기한 나라다. 수십년 동안 수술을 잘 해오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요즘에서야 갑자기 ‘생명 존중’을 내세운 의사들이 면죄부를 받은 채 도덕적 정당성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 모습도 이해하기 힘들고, 이전엔 무관심하던 언론이 이들의 주장을 열심히 중계하는 모습도 달갑지 않다. 실질적인 해결책 운운하며 방관하는 정부야 말할 것도 없다. 임신이나 출산과 같은 중요한 삶의 문제조차 출산율의 숫자놀음으로 치부되는 세상이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실질적인 해결책’도 여러 가지가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첫째, 콘돔을 유해정보로 규정하여 인터넷에서 청소년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한 족쇄를 풀어야 한다. 둘째, 콘돔의 개명을 추진한다. ‘사랑할 때 지켜야 할 기본 에티켓’의 준말인 ‘사랑지기’를 제안한다. 셋째, 콘돔의 공중파 광고와 대학 내 콘돔자판기 설치를 허용해야 한다. 복지 체계의 확충이나 성교육 강화와 같은 사회적인 노력과는 별도로, 콘돔 사용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것은 개개인의 실천으로 실현 가능한 일이다. 콘돔은 사용이 간편하며 급증하는 에이즈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여성들이여, 스스로의 행복과 나중에 태어날 아기의 건강을 위해 당당하게 선언하자. 콘돔 안 끼는 남자들과는 섹스도 하지 않겠다고.
이수열 부산 남구 대연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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