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경찰을 질책하자마자
경찰 간첩잡듯 범인검거 나서고
KBS 공개수배 편성했다 취소
독도 발언 등 다른 현안 묻혀 여태껏 김길태보다 잔혹한 성범죄자는 많았다. 그런데 유독 언론에서 김길태를 물고 늘어진다. ‘김길태 자장면’이 검색어로 뜨고 자백을 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기사가 앞다퉈 올라온다. 아동성범죄가 문제라면 언론은 성범죄가 늘어나는 사회를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언론보도는 흡사 경찰청 사내 방송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의자 얼굴을 떡하니 내놓는가 하면, 김길태의 신변을 연예프로처럼 보도하고 있다. 보통 ‘강력범죄’가 뉴스를 뒤덮을 때는 두 경우다. 신창원이나 유영철처럼 유례가 없는 중대 사건인 경우, 그리고 뉴스거리가 ‘없을’ 때다. 뉴스거리가 없을 때는 기자들이 파업을 했거나, 아님 기자들이 맘대로 기사를 쓸 수 없을 때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기자들이 기사의 소재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향력 있는 방송의 사장 자리는 모두 엠비정권 인사들로 채워졌다. 그러니 엠비가 싫어할 만한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엠비는 여중생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경찰들을 ‘심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그때 이후로 <한국방송>(KBS)은 부랴부랴 특집 ‘공개수배 김길태’ 방송을 편성했다가 체포소식에 취소했고 경찰들은 ‘간첩’을 잡는 심정으로 김길태를 찾았다. 언론은 이러한 모습을 자세히 보도했다. 모두들 최고 권력자가 주문한 ‘특종’만을 찾아 부산으로 갔다. 그러면서 몇몇 특종은 잊혀졌다. 대표적인 게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최근 발간한 <삼성을 생각한다>를 둘러싼 일이었다. 책에 담겨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출판사를 선정하고 책이 발간되어 광고를 게재하기까지의 우여곡절 자체가 기사거리였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이 책의 광고게재를 거부했다. 우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 대한 제대로 된 서평도 볼 수 없었다. 이 책은 ‘불온서적’ 이상의 취급을 받았다. 대통령의 독도 발언도 수면 위에 올라오지 못했다. 세종시 논란도 이제 기사를 찾기 힘들다. 청와대로서는 친이-친박 간의 갈등이 계속 보도되는 것이 불편했고 불리했다. 무상급식 논란도 기사거리에서 제외됐다. 청와대 입장에선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여론을 새로 끌고 가야 했다. 그래 선택한 것이 겨울올림픽과 김연아였고, 범죄자 김길태였다. 글로벌 리더 김연아의 성공과 흉악범 김길태 검거는 모두 현 정부의 성과물이 되었다. 정철운 서울 용산구 효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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