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여성,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최저임금
점심값도 없어 도시락 싸서 다니지만
화장실·지하창고 등에서 먹어야 해 ‘유령’이 살고 있습니다. 유령은 어느 특별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도, 직장에서도, 거리에서도, 마트와 극장에서도 여러분은 유령과 마주쳤을 것입니다. 그 ‘유령’들의 ‘따뜻한 밥 한 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 임금노동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직종은 무엇일까요? 바로 ‘청소원’입니다. 건물청소원, 환경미화원, 세차원 등을 통칭하는 ‘청소원’은 전체 임금노동자 중 3.2%로 그 인원은 43만2411명(2005년 기준)이나 됩니다. 매일같이 늘어가는 도시의 빌딩과 거리 곳곳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이 단순한 통계는 우리에게 사회를 유지해 나가는 데 청소노동자들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알려줍니다. 청소노동자 중 74.3%가 여성입니다. 특히 건물 내 청소만 볼 경우 여성의 비율은 더 높아집니다. 청소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77.4%이고 평균 연령은 57.15살입니다. 정리하자면 청소노동자를 특징하는 단어는 ‘고령, 여성, 비정규직’입니다. 그리고 이 세 단어는 한국사회에서 ‘차별’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차별이 바로 청소노동자들을 ‘유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새벽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청소노동자들 손에는 하나같이 도시락이 들려 있습니다. 웰빙 열풍에 동참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용역노동자인 청소노동자들에게 구내식당은 ‘접근불가’의 공간입니다. 그들의 임금은 생계유지에도 턱없이 모자란 최저임금이고 점심값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청소노동자들 대부분은 오늘도 도시락을 쌉니다. 그런데 그 도시락마저도 마음 편히 먹을 공간이 없습니다. 나날이 건물들은 화려해지지만 그 안에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계단 밑, 지하창고, 배관실 등이 청소노동자들에게 허락된 공간이고 겨울이면 그곳에서 식다 못해 싸늘한 도시락을 먹습니다. 가장 많은 수의 노동자이지만 그들의 권리, ‘따뜻한 밥 한 끼’에조차 우리 사회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청소노동자들을 ‘유령’이라 부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유령들을 곁으로 불러내야 합니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찬밥’을 강요하는 비정규직 고용형태, 최저임금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청소노동자들의 잃어버린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실천해야 합니다. 법에 보장된 휴게실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해야 합니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는 그 출발입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3·8 세계여성의 날 공동기획단은 세계여성의 날 102돌을 맞이하여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밥, 그것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며 생명입니다. 류남미 공공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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