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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28 21:42 수정 : 2010.02.28 21:42





편리한 전자기술에 너무 의존
언덕에서 배터리 나가면
자동화 덜 된 독일차는 올라가지만
전자동 자동차는 스톱
전자적 기능은 기계의 보조도구 돼야

도요타의 명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한테는 좋게 들리기도 하고 나쁘게 들리기도 한다. 한국전쟁 때 미군이 사용했고 이후 국산이나 미국의 새로운 모델로 대체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구형 군용차량의 중요 부속은 도요타였다. 한국전쟁 때문에 규모 있는, 기술 있는 자동차기업으로 성공한 모델 군수기업이다. 도요타에 의존하여 한국전쟁을 치렀고 결국 우리는 민주주의를 찾아 오늘에 이르렀다.

정확히 1989년인가 미국 출장중에 렉서스를 미국에서 처음 보았을 때 난 정말 깜짝 놀랐다. 인간이 만든 최고급 자동차로 차에 앉아 보는 것만으로도 질릴 지경이었다. 미국 사람은 미제인 줄 알았고 거의 대다수 외국 사람은 적어도 일본 제품이 아닌 걸로 알았다. 메르세데스를 누르고 링컨 콘티넨털을 뒤로하고 세계 최고급차로 우뚝 서버렸다. 2005년에야 일본 판매가 시작된 그것, 도요타가 만들었지만 일본 제품이 아닌 그것, ‘도요타가 아니라 렉서스를 팔겠다’, 이것이 그들의 구호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0년, 그 잘나가는 렉서스는 리콜이라는 벼락을 맞기 시작한다. 브레이크도 안 듣고 가속페달이 오작동하고… 자동차의 기본 성능에도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기계공학도이다. 내가 보는 다른 생각은 자동차의 기술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까지 참여한 일본의 전자기술에 너무 의존했다는 것이다. 스위치 하나면 앞뒤 네 개의 문이 일시에 잠기기, 손가락으로 가만히 누르기만 해도 유리창이 스르르 올라간다. 시동은 원터치 방식이고 시동을 켜자마자 곧바로 엔진은 정격 회전수에 도달하여 엔진음이 들릴락 말락. 주인의 명령을 숨죽여 기다린다. 렉서스를 본 지 몇 년 후 함부르크에서 만난 독일 메르세데스 택시 기사의 소원은 그런 편리한 자동화된 에스에프(SF)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렉서스를 갖는 게 꿈이라고 하였다. 당시 독일의 차는 손으로 돌려 유리창을 올리고 엔진 회전수가 안정되기까지는 몇 분 정도가 걸리고 운행중 소음은 지금 우리식으로 말하면 경운기 수준이라고 할 정도였다.

일본은 자동차를 일찍이 전자적으로 조정하는 이른바 전자제어 방식을 택하였다. 이쁘고 스마트하게 만들다 보니 전자제어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크게 두었다는 뜻이다. 독일은 자동차를 매우 기계적으로 다룬다. 언덕에서 엔진이 꺼지거나 배터리 동력이 나가도 독일차는 사람의 팔 힘만으로도 핸들을 꺾을 수 있고 발 힘만으로도 자동차를 세울 수 있으나 일제차는 통제가 어렵게 된다. 브레이크도 안 듣고 핸들도 안 듣고, 이제 위의 상황에 더하여 물에 빠졌을 경우를 가상해 보면 독일차 운전자는 수동으로 유리창을 내려 시간은 걸리지만 탈출을 도모할 수 있으나 일제차는 그만 유리창이 꼼짝 못하게 되고 밖으로부터의 수압이 세니 사람의 힘으로 문을 열 수가 없다. 상황이 뒤집어진 것이다. 유럽의 또다른 나라에서 만드는 유명한 승용차의 보닛을 열어 보면 최신 차량과 달리 아스팔트 바닥이 쉽게 드러나 보인다. 있을 것만, 최소한의 것만 있다는 것이다. 주요 부속인 엔진, 트랜스미션(변속기), 제너레이터(발전기), 레귤레이터(조절장치), 카뷰레터(기화기), 배터리가 눈에 훤히 보이고 우리의 손과 팔이 아무 데고 들락거릴 수 있을 만큼 속이 비어 있다. 시동을 걸면 기계적인 주요 기능이 잘 조화되어 자연스럽게 750rpm(분당회전수)에 안정화된다. 전자적인 제어를 통해 반강제적으로 맞추어낸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전자적 도구는 기계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함에도 기계적 기능을 전자에 맡기는 상황이니 주객이 바뀐 것이다.

이제 우리의 그것으로 돌아가 보자. 엔진 보닛을 열면 그야말로 오만가지가 다 들어 있어 우선 땅바닥을 보기 어렵고 전문 엔지니어가 아니면 뭐가 뭔지 구분조차 어렵다. 기능에 이상이 생겨 수리하는 경우는 부품이 아니라 부품이 포함된 키트를 몽땅 교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본 기술을 들여와 일본식의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미쓰비시 원천기술, 마쓰다 기본모델, 닛산 설계변경… 자주 듣는 얘기이고 매 6개월이면 새로운 모델을 쏟아내며 차량 값은 전자적 편의장치 때문에 비싸지고 이 때문에 협력업체로부터의 부품 값은 더 싸게 매겨지고 편의성과 안전성, 기능성은 서로 균형을 잃게 된다.


도요타가 어려우니 우리가 재미 좀 본다. 물론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차제에 우리도 또 하나의 다른 시각으로 금번의 도요타 사태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문정기 전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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