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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21 19:28 수정 : 2010.02.21 19:28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 논쟁
기사에서는 ‘박근혜 겨냥했다’
이틀 뒤 사설에서는 ‘겨냥 안했다’
이대통령 발언 따라 왔다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충청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집 안에 있는 한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라고 대응했다. 이 발언에 대해 청와대 측에서 ‘예의도 없나’며 해명을 요구했고, 박 전 대표는 “문제가 있다면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며 맞받아 논쟁으로 비화했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쪽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의 ‘강도론’ 등에 대한 이번 논쟁의 책임에 <조선일보>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조선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10일치 신문에서 1면 톱기사로 싣고, 제목을 ‘이대통령 지도자론 언급…박근혜 전 대표 겨낭했나’라고 뽑았다. 부제로는 ‘일 잘하는 사람 밀고 싶어…정치적 계산만 하면 발전 없다’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달았다. 박 전 대표 쪽에서 볼 때는 물론일 것이고 객관적으로 보아도 상당히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다. 기사 본문에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차기 지도자로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며 추측성 해설을 덧붙였다.

또한 5면에 관련기사로 ‘MB, 朴에 기대→ 아쉬움→ 실망으로’, ‘지도자 자질 언급 파장’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중앙이든 지방이든 지도자가 유연한 사고와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져야 국가와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고,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들릴 수 있다”고 써 발언의 의미를 부여했다.

문제는 사설이다. 이처럼 논쟁을 확산시킨 조선이 사설을 통해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강도 논란’ 이 부근에서 접는 게 정도다”라는 제목의 12일치 사설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왜 논쟁으로 이어졌는가에 대한 양쪽의 공방 등 상황 설명에 이어,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친박 핵심 중진인 송광호 의원의 말을 인용하여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지칭한 게 아니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너무 정치적으로 나선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했다고 쓰고 있다. 이어서 “양측은 논란을 빚은 발언들이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이런 오해 하나 조용하게 풀지 못한다면 국민으로선 여간 조마조마한 게 아니다”라고 썼다.

논조의 모순은 여기에 있다. 12일치 사설은, 이틀 전의 10일치 1면과 5면에서 쓴 이 대통령의 발언이 박 전 대표를 지칭하고 있는 듯이 몰고 간 기사와는 완전 상반되게, 친박 중진 송광호 의원의 말을 빌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지칭한 게 아니다”라고 한다며 논쟁을 그만두라는 것이다. 궁색하기 짝이 없다. 10일 기사는 양측 간의 싸움을 붙인 격이었는데 이제는 남의 말(친박 의원의 말)을 빌려 논쟁을 말리는 형국이니 설득력이 전혀 없다.


박승민 일본 <문예춘추>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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