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념 비슷한 세력끼리
공동정부 구성 민주주의 공고화
후보 난립하면 국민경선으로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는 언술이 있다. 오늘날 우리 현실에 걸맞은 얘기다. 한국 사회의 진보개혁세력은 정책과 노선의 차이뿐만 아니라 감정적 앙금까지 더해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으로 사분오열되어 있다. 진보개혁세력의 분열은 곧 냉전적 보수세력의 승리를 의미한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우리는 이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진보진영은 서로 내가 옳다는 주장뿐이다. 이른바 ‘묻지마 연합’이니 ‘가치 연합’이니 ‘반엠비를 넘어선 정책연합’이니 하는 선거연합론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개 학자들의 원칙론적인 제안이거나 심지어 정파의 이해득실을 고려해 제시되는 허울 좋은 명분들일 뿐이다.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드니 말이다. 물론 어떤 정책과 노선을 중심으로 연합해야 하는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정책노선의 차이로 인한 분열과 홀로서기가 냉전 보수세력에게 미래를 내맡기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차이만을 강조하는 진보정치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진보정치를 위한 당면의 과제는 연합의 내용을 고집스럽게 주장하기보다는 진보개혁세력의 정치연합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한국의 진보정치세력에게 연립정부(이하 연정)를 경험하고 학습할 것을 권하고 싶다. 연정은 정책과 이념이 비슷한 정치세력들로 하여금 공동정부를 구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 채 정치연합을 유지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제공한다. 혹자는 연정이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 정치의 전유물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제 아래서도 연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남미나 동유럽의 대통령제 혹은 준대통령제 국가들은 연정이 민주주의 공고화와 거버넌스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친김에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정치연합을 통한 연정 구성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세력이 승리하기 위해선 한나라당과 일대일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한 후보 단일화는 1인 8표를 행사해야 하는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어려움을 더해줄 뿐이다. 즉 진보개혁의 후보들이 통일된 기호로 유권자들의 선택지에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필자는 100% 국민경선을 제시하고 싶다. 모든 진보개혁 정당의 후보들은 기득권을 버리고 그야말로 1/N로 참여하여 소속 정당의 정책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경쟁한다. 그리고 진보개혁 유권자들로 하여금 최상의 후보를 선택하게 한다. 그다음 각 정당 후보들이 받는 지지율에 따라 이후 연정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필자는 후보뿐만 아니라 미래 진보정치가 구현해야 하는 정책도 국민경선을 통해 결정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정당 엘리트들에 의한 정치연합 협상은 결국 정파의 이해관계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저마다 자기 정파에 유리한 연합의 조건들을 내세울 테고 상대가 부응하지 않는 한 타협에 이르기 힘들다. 결국 협상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반복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설령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엘리트들의 ‘밀실 카르텔’에 의한 지분 나눠먹기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예 정책연합을 정당 엘리트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진보개혁적 유권자들에게 결정하게 하고 이를 이후 수립될 연정의 기본정책으로 채택하는 것은 어떨까.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