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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10 20:22 수정 : 2010.02.10 20:22





국가 책임 명시는 높이살만
법효력 1년 뒤로 한 것은
환자 여생 감안하면 늦은감
급여 시점도 요양시작일로 해야

2009년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같은 환노위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이 있다. ‘석면피해구제법안’이다. 2009년 초, 석면광산 주변 주민들에게 석면진폐 등 석면 관련 질환이 대거 확인되자 환경성 석면노출로 인한 건강피해 대책의 필요성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직업적으로 석면 내지 석면제품을 다루다가 중피종 등 석면 관련 질환에 걸리면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 등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직업 경력이 없는 석면공장 주변 주민에게 석면 관련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아무런 보상과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중피종암 같은 경우는 항암제 치료 등 적지 않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요양에 따른 휴업, 생계의 어려움도 동시에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야가 4개의 유사한 법안을 제출했고 환노위에서 ‘석면피해구제법’이란 이름의 통합 법안이 마련되었다. 과거 한국이 사용한 석면량은 200여만t이라고 한다. 건축자재, 가전제품 등 우리 생활 속 다양한 곳에서 많은 양의 석면이 사용된 사실은 석면피해가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한국의 석면피해구제법은 일본 ‘석면건강피해구제법’을 참고로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2005년 석면을 섞어 수도관을 제조했던 공장 주변 주민에게 중피종암이 잇따라 확인되었다. 이 사건은 해당 기업의 이름을 따 ‘구보타 쇼크’라고 불렸는데, 직업력이 없는 사람도 석면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에 일본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사건 후 일본 정부가 6개월 만에 제정하여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 석면구제법은 처음부터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5년 후 재검토’라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행한 지 불과 33개월 만인 2008년에 개정법이 시행되었다.

한국의 석면구제법은 적극적으로 국가 책임을 명시하고 석면피해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준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런데 두가지 큰 문제가 있다. 하나는 법 효력을 제정 1년 뒤로 해 놓은 점이다. 석면암환자들의 잔여생존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고려할 때 너무 늦다. 신속하게 효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다른 문제점은, 구제급여 지급 대상의 기간 문제다. 한국 구제법은 석면 관련 질환에 관한 의료비에 대해 ‘요양급여’를 지급하고, 요양을 위한 경비 지원으로 ‘요양생활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지급의 시작을 ‘석면피해인정신청을 한 날’로 해놨다. 이 부분이 문제인데, 몸 상태가 안 좋아 병원에 갔는데 여러 검사를 받아야 하고 확정진단까지 긴 시간을 요한다. 거기에 불치병인 중피종 같은 경우 치료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서류를 준비해서 피해인정신청까지 해낼 수가 없다.

일본의 경우에도 진단부터 피해신청까지 약 3개월이 걸린다고 석면피해상담지원단체는 말한다. 구보타 쇼크 때 상담을 통해 100여명이 확인되었지만 그들은 일본법 시행날인 2006년 3월27일에는 이미 요양중이었다. 그러나 신청날부터 지급되니까 시행 전의 의료비와 생활수당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점은 산재보험과 비교하면 형평성이 떨어진다. 산재신청을 하면 요양급여나 휴업급여는 신청날이 아니라 요양을 시작한 날에 소급해서 지급을 받을 수 있다. 문제가 지적되어 일본은 2008년 법 개정 때 ‘요양을 시작한 날’로 바꿨다.


한국의 석면구제법은 제정도 시행도 되지 않는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 중피종 같은 석면 관련 질환에 걸려 치료받고 있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그분들은 구제법 제정까지 이미 1년을 기다렸고 지금도 애타게 기다린다. 국회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법 제정을 미루는 동안 구제급여가 줄어들고 있다. 서둘러 법을 제정하고 법 시행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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