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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07 19:46 수정 : 2010.02.07 19:46





외국 병원에 뿌린 돈은 1237억
원정출산·장기이식이 대부분
의료서비스 수지는 정확히 665억 적자
모델로 삼는 네덜란드는 영리병원 전무
의료 민영화 거짓논리로 밀어붙여

경제부처와 의료시장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민영화는 반복되는 우격다짐과 거짓논리의 연속이다. 대표적 사례만 보자.

2004년 당시 재정경제부는 영리병원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가 핵심인 의료산업화의 당위성으로 ‘해외원정 진료규모 1조원’을 제시했다. 1조원은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의료산업화’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1조원의 진료비가 국외로 유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2년 미국 병원들이 외국 환자로 번 진료비가 1조2000억원이었으니, 미국 전체 병원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환자 대부분이 한국인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007년 외국 병원에서 진료서비스를 받고 지출한 금액은 1237억원이었고, 외국인이 국내 의료시설에서 진료받은 의료비는 572억원으로 의료서비스 적자를 665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마저도 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원정출산, 장기이식수술 등이 대부분이었다. ‘1조원 국부유출’의 전말이다.

2008년 신정부는 정권인수위 때부터 네덜란드의 건강보험모델을 검토했다. 네덜란드는 2006년 신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공보험 운영을 민간보험사들에 위탁했다. 의료시장주의자들이 볼 때 네덜란드 사례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건강보험의 민영화로 선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네덜란드의 예를 들며 우리나라 단일건강보험을 경쟁과 효율을 위해 쪼개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조건과 실상은 우리와 전혀 달랐다. 네덜란드는 개혁과 함께 정부 지원금 확대 등 건강보험에 대한 공공의 역할을 더욱 강화했다. 보험료율은 우리의 4배이며, 보장성은 94%로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은 부재에 가까웠다. 의료를 영리 목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아 영리병원은 전무했다. 지난 12월 네덜란드에서 직접 확인한 내용이다.

영리병원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 끝에 2009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수행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필요성 연구’가 공개되었다. 정부가 발표한 영리병원 도입 관용역 보고서를 보면 너무나 상이한 내용이 담겨 있다. 도입에 따른 국민의료비 부담 부문을 보면 한국개발연구원은 자본투자와 서비스공급 증가로 의료서비스 가격이 하락해 256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고소득층에게 고급 의료서비스가 제공돼 결국 국민의료비가 최대 4조3000억원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누가 맞느냐는 외국의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의료를 시장에 맡긴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시장에 맡기지 않은 유럽 국가들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5배 이상 높다. 그러나 각종 건강지표는 유럽 국가들이 훨씬 높다.

제주도 내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법’에 대한 공청회가 1월29일 열렸다. 영리병원 전국화의 교두보, 국민 의료비의 폭등, 의료 양극화 등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본 법안은 3월 국회 상정과 통과가 예상된다. 공공병원이 80% 이상인 유럽 국가들에 비해 10%에 불과한 것도 모자라 영리병원을 서둘러 도입하고, 민간의료보험의 수입이 건강보험료 수입의 절반에 육박하면서도 민간의료보험을 더 활성화해야 한단다. 우리나라의 환자 부담 진료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가장 높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건강을 책임지도록 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이토록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국가가 또 있을까.


송상호 전국사회보험노조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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