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1.31 20:35
수정 : 2010.01.31 20:35
한겨레를 읽고/김규항 칼럼 ‘그 아이들은 정말 앞선 걸까’
“우리는 권위를 통해 진실과 정의를 실현하라는 사회와 타협한 어른들의 가르침보다, 진실과 정의를 통해 권위를 가지는 방법을 택할 것입니다.” <인디고잉>이라는 청소년 잡지 발간사 중의 한 구절이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말은 하고 싶은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정말 딱! 내가 하고 싶었던 말. 아빠나 선생님들을 비롯한 어른들에게 당당히 외치고 싶은 말. 하지만 막상 이대로 행하기엔 용기가 나지 않는, 그런 말이다.
“딱 일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해봐. 일년만 고생하면 네 남은 인생 60년은 편하게 살 수 있어.” 자식들을 또는 학생들을 공부하도록 타이르는 어른들의 말이다. 사실 지금의 한국 사회에 적용해 볼 때,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또 자신의 아이들이 자기처럼 고생하며 살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편하게’가 곧 ‘행복하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질적인 안락함이 정신적인 공허함으로 이어져 ‘불행하게’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런데도 부나 권력, 지위 같은 것들로 인생의 행복 여부를 판단해 버리는 인식이 이 사회에 팽배해 있다. 이런 인식에 사로잡혀 물질적으로 풍족한 상류층은 그것이 행복인 양 착각하며 살고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상류층의 그것을 가지지 못한 자신들은 불행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모두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세상은 참 많이 달라질 텐데….
‘착각의 늪’에 빠진 어른들의 말에 아이들은 그런가보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창 꿈 많고 뛰어놀기 좋아할 초등학생들의 입에서 “경쟁 당연히 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겨야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현실이라니. 슬프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당장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이에 미래를 위해 경쟁을 선택한 아이들. 인식의 전환이 없는 한, 이 아이들의 눈먼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만 갈 것이다.
그런데 인식의 전환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일수록 그것이 더 쉬울 수 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어른들의 작은 충고나 칭찬 한마디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사회 현실에 순응해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도록 하기보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진정 행복할 수 있도록, 작은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떨까.
전선정 경남 마산시 회원동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