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보적인 기술과 설비로 공급
비용 따질 수 없는 국가 홍보 효과
새 표준 된다면 세계시장 넓힐 수도 지진 참사가 일어난 아이티에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구호와 원조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미 우리 정부는 1000만달러의 구호지원을 약속했고 미주지역에 진출한 일부 기업들은 건설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단순히 식량, 의류 등 일회성 구호품 지급을 넘어 아이티 국민들이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복구하는 작업에 원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단순 구호품을 넘어서 아비규환 상태에 있는 아이티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인프라 기반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중에서도 한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인프라 중 하나가 전력시설이다. 전력시설은 지진 직후 의료시설 유지, 정수시설, 통신시설 등 다른 필수 인프라의 가동, 공공기관 업무 정상화, 야간치안 등 단기적인 필요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아이티 경제재건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다. 물론 최근 한전의 발전자회사인 동서발전에서 6명의 인력을 파견하여 현지조사를 벌일 예정이지만, 이는 동서발전 쪽이 지난해부터 포르토프랭스 인근에 진행중인 30메가와트(㎿) 중유발전소 건설사업을 점검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현재 아이티가 겪고 있는 전력난 해소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다. 안 그래도 전력보급률 12%, 전력손실률 55%의 작고 취약한 기존 아이티 송배전망은 이번 지진으로 대부분 무용지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별도의 전력공급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전력시설은 현대중공업이 이미 수년 전 쿠바, 아이티 등에 수출한 바 있는 소형 이동식 발전설비이다. 일반적인 발전설비는 대규모 송배전 시설을 추가해야 하는데다 공사 기간이 수년씩 소요되기 때문에 아이티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단위용량이 불과 0.5~1.7㎿인 현대중공업의 이동식 발전설비는 아무리 고립된 지역이라도 지역별로 필요한 규모에 맞추어 배치시킬 수 있고 시공 기간은 불과 3~4개월 정도이다. 이 발전설비의 연료인 중유나 경유의 보급은 베네수엘라 등 이웃 국가들이 연료 지원을 약속한 만큼 해결 가능한 문제다. 물론 이동식 발전설비의 가격은 대당 100만달러가 넘어설 정도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재난복구현장에서 한국의 독보적인 기술과 설비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것만으로도 비용으로 따지기 어려운 국가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번 사례를 통해 기존의 일회성 구호품 지원 위주의 국제 재난구호활동에 이동식 발전설비 지원을 새로운 표준으로 만든다면 한국 기업들도 그만큼 세계시장을 넓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현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해놓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의 공적개발원조(ODA)로 인한 국제 비난여론을 잠재울 수도 있다. 필요할 경우 정부와 기업이 비용을 공동부담하는 방안 등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호소한다.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