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 제외 승률제’ 보완하려
2009년 도입된 순수승률제
‘무승부=패’로 여기는 폐단
평균승점제 등으로 보완해야 프로야구계가 무승부 처리 문제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09년에 사용한 승률계산방식(승률=승수/경기수)을 올해에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선 2008년까지 사용되었던 방식을 보자. 이 방식은 승률을 ‘승수/(승수+패수)’로 계산하는 방식(이것을 편의상 ‘무승부 제외 승률제’라 부르자)으로서,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된 방식이다. 2008년에는 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를 계속하는 ‘끝장승부제’가 적용되었는데, 이때에도 연장전 동점 상황에서 폭우로 경기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와 같이 불가항력적인 무승부가 나올 가능성은 있었고, 이 경우 무승부를 빼고 승률을 계산하게 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승부를 경기수에서 빼고 승률을 계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걸 보았으나, 필자는 이 방식을 최악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승수가 패수보다 많은 팀이 무승부를 추가하면 당연히 승률이 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무승부 제외 승률제를 적용하는 경우, 예를 들어 어느 팀이 10전 8승2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후의 네 경기에서 3승1패를 추가하면 11승3패가 되어 승률이 0.786이 되며, 4무승부를 추가하면 8승4무2패로 승률이 0.800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3승1패보다 4무승부를 할 때 승률과 순위가 높아지게 되는 어이없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상위팀 중 승부를 가린 팀보다 무승부가 많은 팀을 유리하게 만드는 비합리적인 방식이다. 2009년에 사용한 방식(이것을 편의상 ‘순수승률제’라 부르자)은 ‘무승부 제외 승률제’의 이러한 맹점을 바로잡기 위한 방식이다. 이 방식은 2003년과 2004년에 사용됐던 다승제와 관련이 있다. 다승제는 시즌 중 팀들의 경기수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승수만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기 때문에 중간순위가 왜곡될 수 있다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순수승률제는, 승리에 최상의 가치를 두는 다승제의 개념을 유지하면서 중간순위의 왜곡을 막기 위한 방식이다. 이 방식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을 “무승부=패”로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는 KBO가 승률이 같은 팀이 있는 경우의 세부규정을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률이 같은 팀들이 있는 경우에는 무승부가 많은 팀을(엄밀히 말하면, 중간순위를 따져야 하므로 무승부율이 높은 팀을) 상위에 두면 된다. 여기서 ‘무승부율’이란 ‘무승부수/경기수’를 뜻한다. 이러한 세부규정을 정해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다. 이러한 보완책을 사용한다면, “무승부=패”도 아닐뿐더러 무승부 제외 승률제보다 훨씬 좋고 화끈한(무승부보다 승부를 가리는 것을 권장한다는 의미에서) 방법이며, 더욱 성공적이고 흥미 있는 제도가 되어 프로야구의 흥행에도 더욱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순수승률제와 무승부 제외 승률제의 기본 개념을 극단적인 경우를 통해 알기 쉽게 비교해보자. 전자는 10전 10무의 팀보다 10전 1승9패의 팀을 우대하는 방식이며, 후자는 10전 9승1패의 팀보다 10전 1승9무의 팀을 우대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승리에 최상의 가치를 두는, 승부에 관한 일종의 철학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후자는 철학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 밖에 생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1무승부를 0.5승-0.5패로 환산하여 승률을 ‘(승수+무승부수×0.5)/경기수’로 하는 방식(이 방식을 ‘무승부 포함 승률제’라 부르자)이 있다. 이 방식이 무승부 제외 승률제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다. 또 축구의 경우처럼 승 3점, 무승부 1점, 패 0점의 승점을 주는 방식도 생각할 만한데, 시즌 중 팀들의 경기수에 차이가 있으므로 승점을 경기수로 나누어 (경기당) 평균승점으로 순위를 정하는 것도 독창적이고 좋은 방식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보완된 순수승률제, 무승부 포함 승률제, 평균승점제를 제안하며, 무승부 제외 승률제로 돌아가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혁주 원광대 수학정보통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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