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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6 17:11 수정 : 2005.06.06 17:11

-문산 엘지공단 환경평가 협의에 부쳐

언제라도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자료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나친 요구가 아니다. 주거 밀집지 한가운데 들어서는 공단으로부터 예상되는 환경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이다.

환경영향 평가제도가 ‘개발의 면죄부’가 된 것은 개발독재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엘지문산공단 환경영향 평가 과정에서 보여준 환경부의 처신과 그 최종 결과는 이 제도의 퇴행적 몰골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환경영향 평가라도 제대로 해서 재앙을 최소화하자고 주장해 왔다. 규정에 있는 대로 개발자가 작성한 평가서를 주민 등이 검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여기저기서 다 그렇게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구실로 이를 회피했다. 그러나 1만여 주민이, 5천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공단 한가운데서 생활해야 할 처지라면 ‘여기’가 아니라 ‘저기’라도, 한 군데가 아니라 백 군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자체 분석한 결과, 환경영향 평가서는 부실로 넘쳐나고 환경부가 설정한 반려 조건도 수두룩했다.(한겨레 5월22일치 ‘왜냐면’ 참고) 그럼에도 환경부는 변명 한마디 없이 이 평가서에 대한 협의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다른 사례처럼 보완, 재보완, 재재보완을 지시해서 미흡한 부분을 채워 체면치레하려는 시늉도 없었다.

의례적인 수사로 일관한 협의의 요지는 “입지 여건상 환경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은 만큼 사후조사를 두루 철저히하고, 그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업자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구체적 프로그램을 가져올 때까지 보완을 요구해야 할 항목들을 사후 환경조사에 미뤄둔 것이다. 무책임과 안이한 행정의 표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추진하는 개발자의 생리를 보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두는 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하나 달아두었으니 ‘주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조항이다. 현지에 내려온 한강 환경청장이 약속한 이 사항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담보하는 일은 환경부가 이 제도의 파행적 운영으로 얻은 오명을 지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주민협의체가 그나마 제구실을 하려면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구성되어야 한다. 그 시기와 더불어 주체도 짚어야 한다. 그동안 이 문제의 당사자로서 소임을 맡아온 대책위와 그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은 이미 서로 공유된 일이다. 문제는 기업 쪽에서 누가 나오느냐다. 공단 입주기업 협의체와 사업자인 경기도, 파주시는 물론이거니와 엘비필립스엘시디의 책임있는 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 환경부에서도 참석하여 현지 상황을 공유하고 시의적절한 조처의 실행을 위한 자기 몫을 해야 한다. 이 기구는 공단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끌어안아 대안을 내오고 실행을 담보하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민원은 물론이고 개발계획의 크고작은 변경,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의 입안, 실행, 관리 등이 그 내용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은 언제라도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자료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나친 요구가 아니다. 주거 밀집지 한가운데 들어서는 공단으로부터 예상되는 환경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이다.

이현숙/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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