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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6 17:09 수정 : 2005.06.06 17:09

“이제는 죽음뿐이다.” 지난 6월1일 열린 집회에 경찰청 고용직 노동자들이 들고 있던 작은 손팻말 문구다. 투쟁을 강요하는 사회, 평생을 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대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흙먼지, 쇳가루 범벅이 된 밥은 이제 그만!”

40여명 구속, 수배 10여명, 불구속 170여명의 상처를 남기고 끝난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펼침막 구호 내용이다. 그 늙은 노동자들은 식당과 화장실을 위해 70여일을 투쟁해야 했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10여년을 경찰서에서 일하던 580여명이 직권 면직이 되어 거리로 쫓겨났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취임하면서 “제도적 구제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41일의 단식, 고공농성 등 숱한 투쟁에도 묵묵부답이다. “하루아침에 강제해직을 당한 우리들, 정부는 사회의 약자인 우리들의 사정을 제발 제대로 직시해 주십시오.” 경찰청 고용직공무원노조는 160여일째 거리에서 피울음을 토하고 있다.

“신임 교장에 대한 예우로 차 접대에 필요한 아가씨를 채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2년 동안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노동자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중계동 상명여중 교무보조로 일해 온 김경화씨의 경우다. 그는 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초중등학교 비정규직 시행계획’이 거꾸로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악화를 부르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월차, 연차, 보건휴가, 퇴직금 등은 물론 없다.

“임금을 30%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하면 용역전환을 하지 않겠다.” 조합원 8명의 노조에 대한 회장의 협박이다. 이를 거부하자 위장 폐업신고를 해버렸다. 강남역 부근 현대기림 오피스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얘기다. 그들은 지하 4층, 지상 15층 3020평의 시설을 닦고, 쓸고, 주차 및 경리업무까지 해 왔다.

정부산하기관이 도급으로 직원을 쓰다가 불법으로 들통나고, 노동부가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리자 31명을 모두 해고했다. 한국마사회의 얘기다. 불법인 도급계약으로 일한 것도 억울한데 7년 동안 일해 온 직장에서 쫓겨난 것이다. 물론 그들은 마사회 직원들과 함께 매장관리, 환급업무 등 똑같은 일을 해 왔다.


곳곳에서 거리로 밀려난 노동자들의 함성이 들리고, 눈물이 땅을 적시지만 누구도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어찌 이들뿐이겠는가? 100가지 사례를 들라고 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 거리 곳곳에서 집회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돼 버렸다. 노사관계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공부문에서조차 앞다투어 노동자들의 눈물을 강요하고 있다.

노사문제는 한 사회를 가늠하는 잣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그 어디에도 노동자는 없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입에 발린 말이 있을 뿐이다. 모두 외면하는 가운데 그들의 투쟁은 격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죽음뿐이다.” 지난 6월1일 열린 집회에 경찰청 고용직 노동자들이 들고 있던 작은 피켓 문구다. 투쟁을 강요하는 사회, 평생을 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대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전체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이 눈물겹도록 요구되고 있다.

이근원/민주노총 공공연맹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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