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우리시대의 아픔’ 보내드리지만
용산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근본원인인 뉴타운 재개발에 대한
합리적 성찰도 우리의 몫입니다 2009년 새해 벽두 이명박 정권은 건설자본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경찰특공대를 앞세워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철거민들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정부는 살기 위해 저 하늘 끝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 다섯 분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오히려 고인들에게 ‘도심 테러리스트’라는 누명을 씌웠습니다. 그리고 용산참사의 진실은 철저히 날조되고 은폐되고 말았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 땀 흘려 일하는 서민으로, 이 땅의 떳떳한 국민으로 살고자 노력했던 열사들의 작은 바람은 가진 자들의 탐욕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난쟁이, 다섯 분의 주검 앞에서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은 이들의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지 않는 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요구는 너무나 정당했지만, 다른 한편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패배주의에도 맞서야 했습니다. ‘용산참사’란 단어만 들어가도 ‘묻지마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권력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수백일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유족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매일 계속되는 투쟁으로 지쳐 신음하는 동지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심경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내릴 수 없는 전철련의 깃발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철거민들의 투쟁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참사 첫날부터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전철련을 엄호했습니다. 문정현·전종훈 신부님을 비롯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이강서 신부님을 비롯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천막농성을 시작하시며 용산을 성지로 만들어주셨습니다. 유족들을 위로하고 철거민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주시는 추모미사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싸움은 단 하루도 지속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국민들이 분향소를 찾아주시고 성원해주신 덕분에 길고 험한 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남은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폭력진압으로 희생당한 동지들은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는 반면, 폭력진압을 지휘했던 책임자들은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전철련 중앙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생을 둔 여성 두 분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입니다. 정부의 사과도 진실성이 의심되기도 합니다. 수사기록 3000쪽도 아직까지 꽁꽁 감춰져 있습니다. 장례를 치르더라도 용산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기나긴 싸움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용산참사의 근본 원인인 뉴타운 재개발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은 더욱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이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부 여당의 국정 운영기조도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용산참사를 계기로 개발로 인해 고통받는 철거민들의 현실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 점, 특히 재개발의 문제가 도시 서민 누구한테나 해당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 중요한 교훈일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아픔을 되새기며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뉴타운 재개발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합리적 대안을 만들고 실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다가오는 9일 다섯 분의 장례를 치르고자 합니다. 355일 만에 고인들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국민 여러분, 장례위원에 동참하시고 장례식에 함께하시어 열사들의 가시는 길을 따뜻이 위로해주시기 바랍니다.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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