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유채림 소설가 삶터 두리반 식당에
철거용역 들이닥쳐 마구잡이 폭력
경전철 들어선다고 땅값 오르자
세입자 달랑 이사비 쥐여주고 내쫓아
1억 권리금 날리고 길거리 나앉을판 여기 용산에서와 똑같은 야만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다.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타나는 ‘두리반’이라는 이름의, 한국작가회의 회원이자 인천작가회의 지회장인 소설가 유채림씨의 부인이 운영하던 식당이 있었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이라는 뜻을 가진 상호처럼, 다정한 사람들이 둘러앉아 맛난 음식을 먹으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자, 한 가정의 경제를 지켜주던 삶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곳은 농성장으로 변해 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12월24일, 여자들만 있는 식당에 갑작스레 건장한 사내들이 들이닥쳐 닥치는 대로 집기들을 들어낸 다음 식당을 철판으로 둘러싸서 막아버렸다. 그대로 쫓겨날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다음날 밤 용역이 사라진 틈을 타서 철판을 뜯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농성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식당이 있는 주변 지역으로 경전철이 지나가기로 되어 있다 해서 갑자기 주변 땅값이 평당 수천만원씩 뛰어올랐고, 식당이 세 들어 있던 건물의 주인은 10배나 되는 시세차익을 남기고 건물을 팔아버렸다. 식당을 차리기 위해 권리금만 1억이 들어갔다. 찜질방 구내식당 등을 하며 그동안 애면글면 모은 전재산이었다. 하지만 새 건물주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은 채 건물에 들어 있던 세입자들을 내쫓기 시작했다. 권리금은 물론 보증금도 없이 달랑 이사비용 300만원만 던져주겠다면서! 눈앞에서 날강도를 맞은 셈이나 마찬가지인 세입자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길은 농성밖에 없었고, 전기마저 끊어버린 식당 안에 스티로폼을 깔고 엄동 추위와 맞서가며 지금 이 순간 절박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지역 재개발의 시행사는 남전디앤씨이며 시공사는 지에스(GS)건설이다. 용산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본의 이익을 위해 가난한 세입자들을 한겨울에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탐욕으로 똘똘 뭉친 야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달리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새로 건물을 지으면 그곳에서 다시 장사를 하게 해 달라는 것, 용산의 세입자들과 마찬가지로 요구는 그렇게 간단하고 소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에 대해 돌아온 건 강제철거를 집행하겠다는 으름장이었으며, 이미 자신들이 짜놓은 각본대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본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무표정한 얼굴로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는 자들에게 말한다. 가난한 이들을 더는 짓밟지 말라! 기어이 또다른 용산참사를 일으킬 셈이 아니라면, 세입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아무리 개발이 가져다 줄 이익에 눈이 멀었다 해도 어찌 안온한 가정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죄악을 저지른단 말인가! 시행사와 시공사는 당장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살펴보고 이웃을 돌아보라! 박일환 시인·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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