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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03 19:15 수정 : 2010.01.03 19:15

아직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이명박 장로님께!

저는 지난 대선 때 정치적 소신과 달리 ‘이명박 후보’에 표를 던졌던 50대 초반의 기독교인입니다. 지난해 서울역 쪽방촌 공부방 아이들을 가르치러 가는 길에 용산참사 현장을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심히 저려왔습니다.

지난달 30일 용산참사 345일 만에 보상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참사 현장의 그을리고 뻥 뚫린 건물 모습과도 같을 유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또 한번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 가시지 않는 아픔의 앙금이 남는 건 왜일까요? 지금도 상당히 많은 철거민들은 차가운 감방에 구속돼 있고,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뉴타운·재개발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포클레인으로 건물을 부수고 있습니다. 철거민들의 주거문제를 배려하지 않는 정책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릅니다.

이명박 장로님! 얼마 전 저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란 시집을 펴냈습니다. 초기 선교사들이 이 땅에서 바친 헌신적 삶을 담았지요. 그들이 목숨을 바쳐 한 일은 오로지 가난한 이들을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천민 신분의 백정들을 한 영혼으로 품었으며, 길바닥에 버려진 한센인들을 치료했으며, 이름 석자 모르던 이들을 가르치고, 고아를 돌보고, 굶주린 이들에게 밥을 먹였더군요.

이명박 장로님!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일이 바로 내게 한 일’(마태복음 25장 40절)이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새해에는 ‘지극히 작은 자’, 이 땅의 ‘낮은 자’를 향하시길 바랍니다. 고아와 과부, 가난한 자를 홀대하지 말고, 학대받은 자를 도와주라는 약자에 대한 성경 말씀을 찾아보니 100여 군데가 넘었습니다.

“저는 궁핍한 자의 부르짖을 때에 건지며 도움이 없는 가난한 자도 건지며(시편 72편 12절), 하나님은 가난한 자를 그보다 강한 자에게서 건지시고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노략하는 자에게서 건지시는 이라 하리로다.(시편 35편 10절) 너는 반드시 네 경내 네 형제의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명기 15장 11절) 왕이 가난한 자를 성실히 신원하면 그 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잠언 29장 14절)”

이명박 장로님!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일이 내게 한 일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묵상하면서,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정치는 바로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0년 새해, 구속된 철거민들도 이건희 전 삼성 회장님처럼 가족 품으로 속히 돌려 보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건 제 욕심일까요?


차정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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