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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27 19:09 수정 : 2009.12.27 19:09





구속력 있는 합의 끌어내지 못했지만
개도국 감축 참여 이끈 건 진전
한국 기업도 국제논의 적극 참여해야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다녀왔다. 현장에 운집한 4만여 세계인의 관심은 뜨거웠다. 2009년의 끝자락, 세계인의 이목도 코펜하겐에 집중되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열린 이 회의는 열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큰 아쉬움을 남겼다. 감축에 대한 더 구속력 있고 강력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몇 가지 진전은 있었다.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근본 목표를 재확인했다. 또 선진국가(교토의정서 부속서 1국가들)의 추가적 감축은 물론 개도국들의 탄소경감 참여를 원칙으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를 돕기 위한 선진국들의 대규모 재정지원 범위에 합의했다. 감축 이행 추진 평가 때 주권국가적 권리 침해가 없도록 한 것은 중국을 고려한 것으로, 현재 여건에서는 최선의 결과라고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이번 회의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첫째는, 국제협상의 완성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합의 실패라는 파국은 면했다는 중요한 성과다. 따라서 앞으로 이행과정을 거치면서 감축목표의 구속력을 높이는 시도가 다시금 강하게 나타날 수 있게 됐다. 내년 미국 의회에서의 탄소법안 통과 여부가 중요한 중간 시금석이 될 것이다.

둘째, 선진국의 재정기술적 지원으로 개도국들의 탄소감축 참여 길이 열린 것은 획기적인 진전이다. 앞으로 세계 탄소배출의 주역이 신흥국가군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셋째, 이번 회의를 계기로 열린 국제 기업인 회의들에서 탄소경감시장의 미래와 기업들의 대응전략을 구체적으로 협의했다는 점도 큰 성과다. 기업들은 정부간 합의의 실현으로 녹색경제시장 진입의 확실한 신호가 주어지기를 요청하면서도,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녹색국제시장의 창출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 기업들의 국제논의 참여는 미흡하여 더욱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우선 2010년 4월 하순 서울에서 열리는 ‘환경기업최고경영자회의’(B4E) 참여가 중요하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국가적 감축목표 제시, 등록부 개설에 대한 창의적 대안 제시, 18차 회의 유치 제안 등으로 충분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보다 국내에서 녹색경제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0년 이후 감축목표 등록, 6개월 뒤 독일 본에서 열릴 평가회의, 감축목표 구속력 높이기를 다시 시도할 2010년 12월 멕시코 당사국총회 등에서 국제적 합의 형성에 계속 기여해야 한다.

주철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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