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인 저는 몇가지 과외를 하면서
제가 꿈도 못 꾸는 큰돈을 씁니다
누군 수백만원을 쓰고 누군 못 쓰는
교육 현실은 선진국형과 거리가 멉니다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해 주세요 우리 집은 평범한 중산층입니다. 이것만 해도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몇 가지 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은 꿈도 꿀 수 없는 큰돈이 든다고 부모님은 말씀하십니다. 중학교 때는 학원 하나 다닌 것이 전부였는데 막상 고등학생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남들도 다들 하니까’ 하면서 시작한 과외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지 모르고 이 과목, 저 과목 사교육 시켜달라고 떼쓰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공부하려고도 해봤지만 자꾸만 불안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과외 선생님이 있어야 겨우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회의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학원 한 번 안 가고도 대학에 들어가셨다고 하는데 저는 그럴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3학년이 되면 공부는 어차피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혼자 해보고자 생각하지만, 또 사교육을 시켜달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대통령제의 최고 책임자이신 이명박 대통령님께 말씀드립니다. 이 나라에서 고액의 사교육 시장을 없애달라고 말입니다. 액수는 잘 모르겠지만 엄청난 규모의 이 시장이 없어지면, 중산층과 서민들의 애환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다 보니까 그렇다면 현재 사교육업에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돈도 못 벌고 갈 곳도 없어질 거라는 염려가 듭니다.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결국은 공교육의 활성화와 전국적인 평준화가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학원이나 과외에서 그렇게 실력이 뛰어난 분들이라면 일정한 자격시험 같은 것을 제도화해서 학교로 올 수 있게 해주자는 것입니다. 유능한 학원 강사나 과외 선생님들이라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분들이 많이 공교육에 흡수되면 선생님 한 명당 학생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모두 선진국형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어느 신부님이 세상은 믿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로 나눠진다고 말씀했다는 기억이 납니다. 들길의 풀들도 햇빛과 물만 있어주면 잘 자랍니다. 햇빛과 물은 평등합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건들지 않는 한 똑같은 햇빛을 비춰주고 똑같은 물을 들풀들한테 줍니다. 교육의 혜택도 그래야 된다고 판단합니다. 누구는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원씩 사교육에 돈을 쓰고, 한편에선 못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점심을 굶어야 된다는 것은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사교육을 건전한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길, 그 방향을 위해서는 정책입안자들부터 가지지 못한 자의 입장에서 생각에 생각을, 고민에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참 좋은 의미로 쓰였는데 요즘은 감히 꿈도 꾸기 힘든 일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마라톤을 하는데 출발부터 몇 킬로미터씩 앞서 가는 것은 규칙 위반입니다. 사회 정의에 위배됩니다. 나름대로 중산층에 속하는 제가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것은 가슴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모님의 고민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원이 모자라서 교육의 기회 평등이 안 이루어진다면, 교육세 몇 퍼센트 더 낼 테니 사교육의 잘못된 방향을 잡아주겠다고 정부가 제안만 한다면 불평하실 분들 별로 없을 것입니다. 두 자녀 이상 갖지 말라고 해도 아이를 더 낳을 것입니다.
선진국형 학교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시는 대통령님! 하지만 현재의 방향은 교육의 제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 정말 좋다”는 말을 외국인들한테도 듣고 싶습니다. 박다원 서울 이화외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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