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수급권자 명의 도용당했는데
복지부 생계·의료급여 뚝 끊고는
민원내자 권익위서 받는다며 거절
권익위에선 해결커녕 시간만 질질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명의로 차명계좌가 개설되어 수급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을 경우, 종전에는 차명자가 금융기관에 가서 자신이 명의를 도용했거나 차명했음을 밝히고, 돈을 찾아가면 차명임을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차명 입증이 거의 불가능하다. 10년 이상 정신과 병원에 장기 입원하고 있는 정신분열증 환자 김씨는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이다. 그런데 미국에 사는 언니가 김씨 명의로 은행에 거액을 예금하면서 금융재산 과다로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이 박탈당하고, 의료급여도 끊겨 강제퇴원을 당해 이 엄동설한에 불쌍한 환자가 거리에 나앉을 지경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김씨를 부정수급자로 몰아 그동안 받았던 급여를 토해 내라고 하고 있다. 김씨의 민원을 접수한 빈곤문제연구소 상담원은 동사무소-해운대구청-부산시-보건복지가족부의 담당자에게 차례로 민원을 제기하고, 단지 전산상으로 김씨 명의의 금융재산이 발견된 사실만으로 수급을 중단하는 것은 부당하니, 수사를 통하여 진실을 밝혀내고, 그동안만이라도 급여를 끊지 말아 달라고 청원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모든 민원은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하여 받는다며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고 매정하게 김씨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끊었다. 10월13일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더니, 수사를 해운대경찰서 경제2팀의 진 경사에게 맡겼다. 진 경사는 “관련자들과 통화해 보니 김씨네 가족의 돈이더라. 이 사안은 경찰 업무가 아니라 복지 업무이다”라며 수사를 종결했고,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담당 복지사는 이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급여를 재개할 수 없다고 했다. 권익위 복지담당 조사관에게 전화하여 조사를 부실하게 한 진 경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자, 전화나 방문접수는 불가능하니, 다시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11월18일 인터넷으로 2차 민원을 제기했으나 한 달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서 조사에 나섰더니, 2차 민원도 바로 징계를 요구받은 당사자인 진 경사에게 넘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죄라고는 이름을 도둑맞은 죄밖에 없는 불쌍한 환자에게 수사도 하지 않은 채 부정수급자라는 누명을 씌워서 생명줄을 끊어 놓은 후, 민원 처리에 두 달이 지났는데도 누명을 벗겨주기는커녕 진 경사 자신의 징계 문제를 처리하라고 진 경사에게 수사권이 넘겨진 민원은 책상 위에서 잠자고 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 한명의 국민도 억울함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요란한 광고문구를 내걸고 있는 권익위의 민원은 이와 같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10년 동안 입원중이던 정신분열증 환자이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김씨의 이름 도둑맞은 죄를 벗는 과정은 당사자, 가족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두 번이나 민원을 제기해도, 마치 카프카의 소설 <성>의 주인공인 K가 성에 들어가려고 무던히 노력하지만 성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과 똑같이 공정한 수사는 불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간단하다. 김씨의 돈이라면 은행에서 인출해주고, 차명이라면 관련 은행원과 언니는 금융실명법 위반에 대한 징계를 받고, 김씨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은 재개되면 된다. 그것을 밝히는 과정은 동사무소 복지담당 공무원이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고, 경찰은 은행을 방문하여 수사를 하면 되는데, 왜 간단하고 빠른 민원처리 창구를 막아 놓는가. 굳이 국민신문고라는 비능률적이고, 코미디라고 할 정도로 황당하게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 단일 창구만 이용하라고 하는가. 이재오 위원장은 “서민의 피와 땀과 눈물은 서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현장에 있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왜 이 엄동설한에 거리에 내몰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불쌍한 환자의 눈물은 서류 속에 갇혀 있는가? 차라리 권익위가 없었다면 김씨의 억울한 누명은 더 신속하게 벗겨지지 않았을까? 신문고는 없는 것보다 못하다. 류정순 빈곤문제연구소장 (* 본 기사에 관하여 언론중재위원회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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