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논술 공교육 강화는 필요하다 |
반론-“논술 강화엔 전제가 필요하다”를 읽고
이박동건씨는 ‘논술 강화엔 전제가 필요하다’(5월31일치)라는 글에서 논술 강화 이전에 학벌지상주의 타파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벌지상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벌지상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이씨가 주장한 근본적인 사회구조의 개혁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논술 강화 반대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학벌지상주의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그릇된 입시제도에 있는 만큼 논술 강화를 통해 단순 지식의 평가 위주인 현행 입시제도를 사고력 측정 위주로 개선하는 것은 학벌지상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앞서 이재석씨와 이박동건씨가 지적하였듯이 진정한 대학수학능력은 단순한 암기를 통해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통해서만 길러질 수 있다. 그리고 논리적·창의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데 말하기와 글쓰기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박동건씨가 지적하였듯이 논술 강화는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논술을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이를 누구보다 절실히 느낀다. 실제로 학생들은 논술 공부를 주로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으며, 논술학원은 수능학원보다 그 수도 적을뿐더러 상대적으로 비싼 것이 사실이다. 이래서는 논술 도입이 또다른 서열화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학교에서 독서교육과 논술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학교 도서관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대폭 늘려 학생들의 논술 공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또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일쑤인 독서교육과 논술교육을 독립된 교과로 지정하고, 전문적인 교사를 양성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고사 위기에 처한 인문학 전공자들을 논술교사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면 논술교육도 강화하고 인문학도 살아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공교육을 통해 사교육과 경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사교육비를 부담할 능력이 모자라는 학생들을 위하여 공교육을 통해 기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진정한 논술 실력은 논리적인 사고력에서 나온다. 논리적인 사고력은 결국 폭넓은 독서를 통하여 길러진다. 이것은 결코 비싼 학원에 오래 다닌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교육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면 논술 강화는 학벌지상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천범민/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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