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연금 개선 공약했지만 감감
기초노령연금 도입 왜곡돼 낮은 급여
노인빈곤 문제 해결사 역할 못해
국민연금과 통합 관리 일원화해야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09’(Pensions at a glance 2009)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45.1%로 회원국 평균 13.3%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고려할 때 노인의 빈곤문제 해결은 국정의 제1 과제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노후소득보장 제도는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저소득층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하는 기초노령연금과 20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제도, 여기에 개인연금을 포함해 외견상 다층적인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기초노령연금의 낮은 급여, 개인연금의 저조한 가입, 퇴직연금의 미정착 등 각각의 제도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재구축은 공적 연금이 최저소득 보장, 즉 노인 빈곤 문제의 해결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과제라고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초연금 도입을 뼈대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합을 공약 사항과 국정과제로 채택했으나 현재로선 이를 추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2007년 4월 여야 합의로 기초노령연금법을 전격 통과시키면서 연금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하여 재구조화를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이로 인해 현행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5%(8만8000원)의 기초노령연금 급여액을 2028년까지 1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던 현안마저 구체적 실행방안 없이 미뤄지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처음부터 재원조달 곤란 등의 이유로 변형·왜곡되어 도입됐다. 재원은 국고와 지방비로 나뉘어 부담되고, 관리체계도 복지부와 지자체, 국민연금공단으로 분산되어 있다. 결국 사각지대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이라는 공적 연금 본연의 목적 달성이 어렵게 됐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다시 원점에서 아래 사항을 시급히 조처해야 할 것이다. 우선,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을 전액 국고화해야 한다. 기초노령연금이 본인의 기여 없이 지급되는 연금이고, 또 65살 이상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앞으로 수급자가 증가하고 급여액의 상향 요구가 커짐에 따라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국고보조금의 지자체 간 형평성 문제도 커질 것이기 때문에 전액 국고화해야 한다. 또한 추후 기초연금으로의 전환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다음으로 관리운영 주체를 일원화하여 국민연금으로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집중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제도적 측면에서 두 제도 간의 연계를 강화해 점차 늘어나는 중복 수급자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무기여 연금’과 ‘기여 연금’ 간의 적정 분배와 형평성의 문제를 긴밀히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필요한 조처다. 공적 연금의 재구조화 추진과 함께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금융자본의 투자 자본화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몇 년 전 연금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둘러싸고 복지부 장관과 경제부처 장관 사이에 설전이 벌어진 바 있다. 이는 본질을 호도한 설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어렵게 두 차례의 연금개혁을 통해 어느 정도 재정 안정화를 이뤘고, 또 기초노령연금의 도입을 통해 사각지대 해소와 보편적 연금 지급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공적 연금의 운영이 결국 세대 내, 세대 간 효율적 분배를 통해 국민통합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