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쪽짜리 기출문제 달달 외는 암기
쓸모없는 공부에 사교육시장만 배불려
교직에 도움되는 실습시간 확대하고
대학과정서 교직자질 서술평가해야 지난 12월 초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1차 교원임용시험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합격자들은 2차 시험을 마치고 3차 시험 준비에 한창이다. 이즈음 교원임용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교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몇 십 배에 이르니, 경쟁을 통하지 않고 교사를 뽑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자격자들을 대상으로 임용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적어도 객관식 교육학 시험은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에서 교직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수강생들이자 임용준비생들인 학생들이 1000쪽에 육박하는 교육학 기출문제집들을 교육학 분야별로 몇 권씩 끼고 사는 걸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냥 단순한 애처로움에서 교육학시험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교육철학, 교육역사, 교육심리, 교육행정 등 수많은 과목의 지식을 달달 외우는 것은 교사의 교육활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교육학 시험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문) 아이스너의 교육과정이론, 반 마넨의 체험적 글쓰기, 스프래들리의 문화기술연구 등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끼친 철학 사조는? 답) 현상학. 이런 식의 문제가 교사의 전문성을 과연 측정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 문제가 교사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올해 교육학 시험문제가 50문제에서 40문제로 줄었다. 문제만 줄었을 뿐, 교육철학이니 역사니 하는 분과별 교육학 기득권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문제 수를 줄여도 문제의 내용은 통합되지 않았고, 공부하는 수험생의 부담도 줄지 않았다. 응시생을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대한 지식을 무조건 외워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시험은 시험이 끝나는 즉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암기력 테스트일 뿐이다. 더구나 외워야 할 지식으로서 교육학은 비판 불가능한 정답의 지위마저 차지하게 된다. 폐해는 이뿐 아니다. 학생들은 시험 때문에 대학교 2, 3학년 때부터 수십만원 하는 교육학 과목 사교육을 받는다. 더 나아가서는 대학교의 교직과목마저 임용시험 준비용으로 전락한 강의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교육학 관련자, 사교육 시장의 배만 불릴 뿐이다. 객관식 교육학 시험을 폐지하자. 대신 첫째, 교직에 도움이 되는 교육실습 시간을 확대하자. 학생들은 교육실습을 통해 자신이 강단에 설 만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점검받고 능력을 키워가며, 또 교사가 되겠다는 동기부여를 받는다. 그러기에 현 3~4주 교육실습은 너무 짧다. 둘째, 대학교 내에서 교직과목 강의들을 실질화하자. 창조적인 아이를 기르는 교사를 양성하겠다면서 교직 강좌에서는 칠팔십 명 학생들이 한꺼번에 암기용 지식을 전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여 실제로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들을 교육받고 실험하는 장으로 교직과목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직과목 교수들은 충분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교직과목의 평가기록 방식을 서술형으로 전환하고, 교원 선발에서는 교사 자질을 알기 위한 자료로 그 기록 내용을 참조하도록 하자. 4년에 걸쳐 각 교직과목에서 한 학생이 어떤 자질과 역량을 갖추는 교육을 받았는지 기록 내용을 참조하는 게, 객관식 교육학 시험 한번 치는 것보다는 훨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
이경숙 경북대 사범대 교육학과 비정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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