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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13 18:52 수정 : 2009.12.13 18:52





만5살 입학 저소득층에 청천벽력
지금은 지원금 받고 종일반 가능
초등 입학부터 그런 혜택커녕
방과후 사교육 시장에 던져질판
유아무상교육만이 저출산 해답

지난 11월25일 대통령직속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안 가운데 뜨거운 감자를 꼽으라면 단연 ‘만 5살 조기입학’ 부분이다. ‘만 5살 조기입학’은 2006년 참여정부 시절 젊은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발표된 적이 있지만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파기된 바 있다. 그런데 이 정책이 3년이 지난 이 시점에 난데없이 저출산 극복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라며 이름표만 바꿔달고 등장했다. 정부는 내용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이건 교육계에 재앙과 다름없는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가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이 안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교육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유아교육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실효성도 없는 책상머리 정책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미래기획위원회의 이번 대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만 5살 조기취학을 통해 절감된 재원을 0~4살에 쏟아부으면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5살 교육에 투입된 재원을 빼 출산율을 높이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아랫돌을 빼내 윗돌로 박겠다는 것과 같다.

간단한 사례를 들겠다. 만 5살 초등학교 1학년생이 수업을 마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유치원은 이들을 종일반으로 편성해 학부모가 올 때까지 보듬고 돌본다. 시스템이 전혀 다른 초등학교가 지금 유치원 종일반에서 제공하는 유아용 식사나 각종 생활 관리를 해낼 수 있을까? 방과후 교실이 있다지만 만 다섯살 아이의 신체 및 정신 발달을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부모가 믿고 맡길 수도 없다.

더욱이 저소득층 학부모에게 만 5살 취학은 청천벽력과도 같다. 지금은 정부 지원금을 받고 적은 비용으로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수업을 마친 아이는 사교육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이게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가 할 일인가?

초등학교가 유치원 수준의 유아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유치원에 지원되던 만 5살 지원액만큼을 초등학교 1학년생한테 재투입해야 할 것이다. 그 재원은 현재 유치원 지원 재원보다 많으면 많지 절대로 줄지 않을 것이다. 교육은 투입과 산출이 비교적 분명해 그 재원을 의도적으로 줄인다면 만 5살 교육을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군다나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과 막대한 이행비용을 생각해보라.

이런 정책은 저출산 대책에도 들어갈 수 없다. 초등학교 조기입학으로 아이에 대한 교육서비스가 열악해질 것을 뻔히 아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더 가지라고 할 수 있는가? 이번 정책안은 출산율을 증가시키기는커녕 출산율을 떨어뜨리고도 남을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미래기획위원회의 출산율 저하에 대한 고민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출산율 증가가 절실하면 절실할수록 만 5살 조기취학과 같은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 진정으로 학부모와 이 땅의 교육계가 원하는 올바른 정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저출산 해법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유아 무상교육을 확대하면 된다. 학부모의 유아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명쾌하고 효과적인 답안이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22조원의 10분의 1만으로도 만 5살의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이런 답안을 외면하고 왜 누구도 원하지 않는 어려운 길을 찾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책상머리 정책을 파기하고 현장의 목소리에서 답안을 찾는다면 유아교육 선진화와 출산율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석호현 학촌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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