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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2.09 18:52 수정 : 2009.12.09 18:52





“무건리 훈련장 확장 반대”
오현리 주민들 촛불 밝힌지 500일
강제로 쫓아내려 하지 말고
생계 잇도록 농사지을 터 보장해야

오는 12월13일이면 무건리 훈련장 확장에 반대하며 파주시 오현리 주민들이 촛불을 밝힌 지 500일이 됩니다. 오현리 주민들은 그리 많진 않지만 거의 500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조상 대대로 이어온 고향 땅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습니다. 아니 500일만이 아닙니다.

국방부와 군 당국은 지난 30년 동안 오현리 지역을 훈련장 확장지역으로 예고해 놓고 반강제로 주민들의 땅을 매입해 왔습니다. 말이 협의 매수지 훈련장 확장지역이라는 딱지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헐값에 반강제적으로 땅을 팔고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국방부가 남은 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현리에 남아 있는 80여가구의 주민들은 이곳을 떠나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농사를 지어 봤자 남는 것도 별로 없지만, 여하튼 오현리 주민들은 고향 땅을 일구며 생계를 꾸려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마저도 할 수 없을 처지입니다. 오랫동안 훈련장 예정지역으로 묶인 탓에 국방부의 보상가는 주변 농토의 5~10분의 1에 불과하여 오현리 주민들이 여기를 떠난다면 몇 푼 안 되는 보상가를 까먹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아무런 생계대책도 없이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오현리 주민들의 요구는 소박합니다. 훈련장 확장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먹고살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오현리를 떠나서는 현실적으로 생계대책을 세울 수가 없으므로 1000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훈련장 중 오현리 주민들이 농사짓고 살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을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주민들은 수십년 전에 세워놓은 계획을 무조건 실행해야 된다는 국방부의 처사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국가안보라고 해도 30년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온 주민들의 작은 요구도 이제는 들어줄 때가 됐다고 봅니다. 지난해 국방부 장관은 무건리 훈련장 확장사업에 대해 ‘훈련장으로서의 기동공간은 충분히 확보가 됐다. 다만 주민의 안전을 위하여 이주를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오현리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군사훈련을 하면서도 어떠한 안전사고도 없었고 이에 대한 군당국의 예고도 없었습니다. 반면에 오현리 마을에는 56번 국지도가 고속화도로로 확장되고 있고 군부대도 있기 때문에 마을이 위험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우리 주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좁은 면적의 우리나라 전체에 4000여개의 훈련장이 있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국민들은 거의 모를 것입니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변한 만큼 국방부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농민들은 가족을 부양하며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죄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국가안보를 위한 국방사업의 일환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얼마만큼 공감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여론을 수렴해서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들어줘야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국방사업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인 회유와 협박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요 역사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병준 무건리훈련장확장반대주민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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