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보즈워스 방북 ‘북 비핵화’ 단초되길 / 양동주 |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은 1994년 10월21일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 이끌었으나 이에 실패하고 15년이 지난 지금 스티븐 보즈워스 특사를 통해 재협상에 나서고 있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마치 긴긴 ‘고양이와 쥐 게임’처럼 서로가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일 뿐 합의사항을 이행하려는 진정한 의지와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물론 국내외 요인들에 의해 부정적 영향의 탓도 있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사례를 교훈으로 신뢰와 진정성을 가지고 궁극적인 양국의 국익을 위해 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가 가늠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94년 제네바 합의에 의한 북한 경수로 건설과 중유공급,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합의서명 후 곧이은 의회선거(제104대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 의원들이 95년 9월18일 제네바 합의에 강력히 반대하는 상하합동결의안(제83호)을 가결하며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을 압박하여 합의문을 휴지화했다.
2000년 10월 과거의 적대감을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를 수립한다는 클린턴 행정부의 북-미 공동 코뮈니케도 부시 공화당 정권의 출현으로 분해되었고,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처음 얻은 9·19 합의문 또한 대북 불신으로 매년 1500만달러 위조지폐(슈퍼노트)와 리비아 핵커넥션이 제기되면서 다시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북한의 리비아에 대한 우라늄 핵물질 이전문제도 사실과 달리 자신의 우방이었던 파키스탄과의 거래로 판명이 났다.
역사적인 ‘행동 대 행동’의 북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10단계 행동들이 명시된 2007년 2·13 합의문도 미국의 대북 불신으로 이행되지 못했다. 고농축 우라늄 의혹은 핵 전문가들과 크리스토퍼 힐 대북특사에 의해 파키스탄과 관련한 부풀려진 사실로 밝혀졌고 시리아 커넥션도 시모어 허시 전 미 정보원이 <뉴요커>에 보고한 대로 증거 불충분으로 끝났다. 끝내 미국은 북한이 제출한 30㎏의 플루토늄 총량과 60쪽에 달하는 핵 프로그램 선언에 대해 의심을 계속하고 북한은 더는 보일 것이 없다고 버텼다.
1·2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미국을 압박한 북한은 오바마 새 정부를 만나 포괄적인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 자신이 구상한 ‘지구촌 비핵화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우선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현대 전쟁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60년간의 한반도 휴전협정 상태를 평화조약으로 대체하고 북한과 국교를 대사급으로 정상화하여 미·중·일·러의 강국들이 대척하는 북태평양의 동북아지역 평화구조를 구축하는 일이 국익에 필요할 것이다.
양동주 북태평양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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